브루노 메추(50)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아인 감독이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이회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30일 최종영입대상자를 확정 발표하는 자리에서 "메추 감독이 선수단 장악력과 지도자로서의 성적 및 경력, 세계축구에 대한 지식 및 정보수집력, 언어구사 능력 등 4가지 기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허정무 부위원장은 "기술위원들이 무기명 투표에서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절대적인 지지로 메추 감독을 최종영입 대상자로 선정했다"며"이르면 내달 2일 터키전부터 벤치에 앉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 부위원장은 "후보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메추에게 가장 큰 신뢰감을 느꼈다"며"이 정도 사람이면 한국축구를 맡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6일 대표팀 감독 후보군 10명을 발표한 이후 진행된 코엘류 감독 후임 선임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기술위는 "다른 후보들의 입장을 고려, 단수 후보를 발표했다"면서 "메추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 다른 후보들과 연락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추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첫 출전한 세네갈을 8강에 올려놓으면서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대표팀을 맡은 4번째 외국인 감독이 될 메추는 연봉 등 기본적인 조건에는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위는 내달 5일까지 메추 감독을 보좌할 국내 코치진을 공개 모집, 추천 또는 지원을 통해 신청을 받은 뒤 7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왜 메추인가
브루노 메추 감독이 면접과정에서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깊이 있는 철학을 보여준 것이 차기사령탑 선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메추 감독은 연봉 계약과 관련,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여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세네갈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한 것도 세네갈 선수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것. 메추 감독은 "한국대표팀도 잠재력과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아직 다 끌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메추 감독은 한국대표팀에 대해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겸손했으나 지금은 자만에 빠져있다. 자만과 자신감은 구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독일 월드컵에서 적어도 4강 이상 진출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 한번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적극성도 남달랐다. 한국팀 사령탑으로 계약하면 6월2일 A매치(한국―터키전)를 관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 팀은 내 팀이다. 당장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휘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같은 질문에 "수석코치를 보내겠다"고 답변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현 포르투갈 감독과는 대조적이었다. 코치진 구성에 대해서도 체력담당 코치(피지컬 트레이너)1명과 골키퍼 코치 1명 등 2명을 빼고 모두 한국 코치진을 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메추 감독은 특히 피지컬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자신의 축구철학을 밝혔다. 세네갈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때 8강에 그친 것은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 단순히 '감'으로 하는 축구가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축구를 선호하는 점은 거스 히딩크 전감독과 유사했다.
허정무 기술위 부위원장은 "메추 감독은 철학과 깊이가 있었다. 한국 축구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터키의 셰놀 귀네스 전 감독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마이클 맥카시 선더랜드(잉글랜드) 감독은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메추 누구인가
브루노 메추는 현역선수시절이 아닌 지도자시절 뒤늦게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프랑스 출신인 메추는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모국 팀인 프랑스를 꺾는 등 파란을 연출하며 세네갈을 8강에 올리면서 세네갈의 국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메추는 한일월드컵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클럽팀인 알 아인의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초대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최근 끝난 자국 리그에서도 3연패를 달성,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메추는 2년 전 한국 축구 감독직을 놓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과 막판 경합을 벌였지만 아쉽게 탈락했던 인연도 있다.
메추 감독은 맏형처럼 혹은 밴드리더처럼 선수들을 구속하지 않고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 또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 장악력이 뛰어나지만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감안,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한다는 평가다.
치렁치렁한 금발의 소유자로 패션모델을 연상케 하는 메추 감독이 한국행을 택한 것은 클럽감독이 아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야심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면담 중에도 카타르의 알 이티하드가 파격적인 연봉 170만달러(19억8,000만원)를 제의하는 등 클럽팀들의 고액연봉 러브콜이 많았다. 하지만 메추는 한국행을 결정, 최종 사인만 남겨놓았다. 협회 내부에서는 메추 감독이 최소한 한일월드컵 당시의 거스 히딩크 전 감독(100만 달러)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엘류 전감독은 '80만 달러+α'를 받았다.
따라서 기본 연봉 100만달러에 아시안컵과 2006독일월드컵예선 및 본선 등 주요 성적에 따라 상당한 액수의 '플러스 옵션'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