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노동당 사무처 직원이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노조결성 대열에 전공의까지 합세할 조짐이다.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임동권)는 '하루 평균 13∼19시간에 달하는 야만적인 근무시간을 개선하기 위해서' 7월 중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최근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표 등을 초청해 '전공의노조 포럼'을 개최했다. 특히 여성 전공의 가운데 임신 중 과중한 업무로 인해 유산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여성 전공의들의 피임은 불문율로 통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저임금 문제도 노조 설립을 촉발한 요인. 전국 153개 수련병원 중 중소 수련병원의 전공의 평균 연봉은 2,000만원 이하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1일 12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해도 전공의의 시간당 급여는 6,900원에 불과하다"며 "노조 설립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경영자이자 스승이기도 한 병원장들과의 관계다. 이미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노조 설립에 강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한 전공의는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전공의에게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한 자신을 '전문인'으로 인식하는 일부 전공의들은 노조 설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파업한다는 것은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노조결성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기본 권리다. 결국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다만 전공의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의사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으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살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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