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소나'와 '용사마'.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어 제목 '후유노 소나타'와 주인공 배용준의 애칭이다. 그 열풍이 하도 거세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얼마 전 난생 처음 일본 땅을 밟은 북한 납치 피해자 자녀들은 일본의 가족들이 사전과 함께 준비해 둔 '겨울연가' 비디오를 밤 늦게까지 봤다. 도쿄 시부야에서는 영화 '스캔들' 개봉에 즈음해 배용준 관련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 후지TV의 아침 프로그램 '토쿠다네(特種)'에서 10분 가량 배용준 독점 인터뷰를 방송했는데, 재방송을 요구하는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제작진은 결국 인터뷰를 '노컷'으로 다시 내보내기로 했다.
이처럼 팬들은 물론 일본의 신문 방송 등 미디어에서도 '후유소나'와 '용사마'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듬뿍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디나 찬물을 끼얹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
최근 주간지 '슈칸신쵸(週刊新潮)'는 '일본 시장을 노리는 용사마에게 연예프로덕션은 왠지 냉담'이라는 기사에서 "'용사마'가 아니라 '용군'이나 '용씨'가 적당하다"고 꼬집었다. 일본 언론에서 '사마'라는 극존칭을 붙이는 대상은 천황과 그 직계가족 그리고 축구스타 '베컴사마' 정도다. 일개 한국 배우가 그런 극존칭으로 불리는 게 몹시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일부 한국 언론은 이를 '한류 때리기'로 포장해 호들갑스럽게 알렸다. 과연 그럴까.
'슈칸신쵸'는 정치나 연예계의 가십을 다루는 잡지로, 출퇴근길 시간 때우기용 정도로 읽힌다. 특히 선정적인 내용을 마구잡이로 다뤄 사생활 침해나 오보·왜곡 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날조보도 슈칸신쵸를 해부한다'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그런 배경을 알고 보면 이 기사에서는 '용사마'의 인기에 편승하고 한편으론 여성들의 환호와 열광을 질투하는 일본 남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자극해 판매부수를 올려보자는 계산이 엿보인다.
어쨌든 '용사마'의 팬들은 이런 기사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마'라는 호칭은 친근감과 애정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애정을 넘어 한 연극인은 "정말 배우로서 존경하는 이에게만 '사마'라는 호칭을 쓰는 나도 '용사마'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붐은 미디어나 연예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02 월드컵을 전후해 케이블TV나 인터넷, 입 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NHK의 '겨울연가' 방송을 계기로 폭발했을 뿐이다. 따라서 일부 언론의 의도 섞인 기사에 의해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후유소나'와 '용사마' 붐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류 열기를 이어갈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에, 일본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삼류잡지 기사를 '배용준 때리기' '한류 때리기'로 과장 보도하는 일부 한국 신문을 보며 모처럼 만들진 우호적 한일관계의 싹이 꺾여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정수영· 일본 조치대학 대학원 신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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