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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2강진' 가슴 쓸어내린 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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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2강진' 가슴 쓸어내린 울진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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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을 거의 다 차릴 즈음에 갑자기 부엌문과 찬장 속 그릇들이 떨어져 내릴 것처럼 5∼6초간 덜덜덜 떨리는데 불안해서 혼났습니다."(정분향·53·여·경북 영덕) 경북 울진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2의 강진이 한반도에 강습했던 29일 오후 7시 무렵. 경북 동해안 일대 시민들은 '꽝'하는 굉음과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다 수초 만에야 멈추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고층 아파트에 사는 일부 주민은 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거나 관계기관에 지진여부를 확인하는 문의전화를 거는 등 평온하던 토요일 저녁 시간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박수진 울진기상대 관측예보담당은 "지진 발생 직후 '건물이 흔들리는데 대피해야 되느냐' '2차지진이 일어나느냐' 등 울진과 영덕, 포항, 경주 등 동해안 일대 주민들로부터 100여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울진에 사는 중학생 임원준(15)군은 "학원에서 돌아오던 중 정차돼 있던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 차내에 있던 승객들이 휘청거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1978년 지진 계기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 이번 지진은 경북 뿐만 아니라 서울 등 중부 지방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진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양수이씨는 "12층 아파트에 사는데, 오후 7시 조금 넘어서 창문이 조금 흔들리고 바닥에 누워 있던 내 몸도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 사는 박인복씨는 "아파트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려 밖으로 대피했는데 옆 동에서도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다행히 지진에 의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웠던 울진 원자력발전소는 지진 발생 당시 원전의 지진감지 및 운전정지 기준인 0.1g(중력가속도)에는 못 미쳐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울진원전 관계자는 "원전 3·5호기에 설치된 지진감지기에는 각각 0.031, 0.057g으로 측정됐으나 원전을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며 "현재 원자로와 냉각재 등 안전관련 설비에 대한 긴급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 온 지진에 놀란 시민들은 "이제는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성욱씨는 "그동안 지진을 느낀 것이 5번인데 그 4번이 최근 3년 이내에 나타났다"며 "'이러다 언젠가는'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30일 성명을 내고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울진 월성 등 지진에 속수무책인 핵발전소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통해 최악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반핵국민행동은 최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와 관련해 "유치신청을 한 지역 중에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울진군도 포함돼 있다"며 31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울진군의 핵폐기장 추진 저지 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지진발생건수는 약 20회이며 이중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유감(有感)지진의 발생건수는 연평균 7회로 비교적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나 그동안은 일본과 달리 지진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강한 지진이 이번을 포함해 5번이나 찾아 온 데다, 80년 이후로 잠잠하던 강진이 지난해 3월(백령도 인근)에 이어 올해 또 발생함에 따라 이제는 본격적인 지진재해 대비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포츠담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최승찬 박사가 이달 초 기상청 초청 세미나에서 "한반도는 주변의 4가지 지각이 몰리는 힘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한반도에 몰리는 힘의 균형이 깨지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우덕모 기상청 지진담당관은 "한반도가 언제까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는 할 수 없다"며 "이제부터 건물에 내진설계를 하고 평소에도 지진대피 훈련을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지진규모란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등급 기준인 규모(magnitude)는 지진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 양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지진 규모를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중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 교수가 제안한 기준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 방식은 리히터 규모 1에서 9까지 지진의 크기를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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