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양상이 심상치 않다. 김혁규 전경남지사의 총리지명 문제로 타오르기 시작한 불씨에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기름을 부으면서 여야간에는 총선 이후 최고조의 전운이 감돈다. 상생이라는 이름의 휴전선이 무너지고 본격 대결 국면이 펼쳐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내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노대통령은 더 이상 상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잡혀가기 시작하는 것도 앞날을 어둡게 한다.
한나라당은 30일 노 대통령을 향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노 대통령이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혀있다"며 "자꾸 금도를 벗어 나는 이야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3번씩 경남지사로 만들어준 당을 버리고 총리를 하려고 권력을 좇아 간 사람을 배신자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하느냐"며 '김혁규 배신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김 전 지사를 배신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노 대통령이 총리지명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민주 대연합론에 대해선 "정말 시대착오적"이라며 "경제, 민생, 국민통합 등 할 일이 많은데 흘러간 얘기를 꺼내 다시 8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노 대통령이 꺼낸 민주대연합론의 표적임을 의식한 듯 "당시의 3당 통합은 군부통치를 종식하고 민주정부를 세우기 위한 방편이었다"며 "지금의 노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도 민주 정부가 섰기 때문"이라고 되받았다. 김무성 의원도 "3당 통합은 역사발전의 한 과정이었다"며 "자기만의 독선적 잣대를 들이대고선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피력했던 '보수·진보론'도 연일 공격 대상이다. 강재섭 의원은 "보수를 악으로, 진보를 선으로 편가르고 있는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발상은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을 이룬다는 자신의 논리를 뒤집고 있다"며 "어떻게 악의 세력과 대화와 타협을 이루겠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이 연일 봇물처럼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진보와 보수의 개념 조차 헷갈리고 앞뒤도 맞지 않다"며 "억지와 오기가 그 원인이라는 점을 머리를 식혀가며 스스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노 대통령의 상생은 결국 야당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라는 게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갈수록 박근혜 대표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도부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