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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용인난개발 후폭풍 죽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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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용인난개발 후폭풍 죽전지구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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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없이 아파트만 잔뜩 지어 놓더니 이제 또 대규모 입주라니요. 앞으로는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5년째 경기 용인 죽전지구에 살고 있는 회사원 이모(32·죽전1동)씨는 지난 24일 주차장이 된 출근길에서 말문을 잃었다. 광화문의 직장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50분. 3㎞ 남짓인 분당신도시 오리역까지 25분, 판교 IC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 이씨는 이사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교통지옥으로 악명높은 죽전지구에 또 '용인 난개발'의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6월중 입주하는 4,000여 세대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1만900여 세대(3만4,000명)가 새로 들어와 현재 4만명 안팎인 죽전인구는 연말 7만명을 넘어선다. 과천시 규모의 베드타운으로 커지지만 도로, 녹지 생활기반시설은 그대로여서 주민들은 벌써부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구유입 폭발, 도로는 제자리

죽전지구는 분당신도시 남쪽에 광주방향과 신갈방향의 양대 축으로 뻗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수원 광주 용인 방향의 차량이 합류하는 23번 국도와 성남대로, 죽전사거리와 오리역 사거리 등 시간당 최대 9,000대 이상의 차량이 통과하는 상습교통정체지역에 포위돼 있다. 그러나 도로여건은 199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특히 우려되는 곳은 광주축 6,000여 세대 주민들. 서울로 통하는 도로는 성남대로가 유일하지만 죽전지구에서 성남대로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은 편도 2차로 이면도로 뿐이다. 주민 최종윤(34·죽전1동)씨는 "몇 달 전만해도 분당으로 통하는 43번 국도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다니던 이 도로가 최근 출근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불과 몇백m를 가는데 30∼40분씩 걸리는 '제2의 풍덕천사거리' 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분당∼판교IC∼서울로 갈 수 있는 우회도로 개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죽전지구에서 분당구 구미동 온세통신 앞으로 연결되는 편도 2차선 도로(425m)와 대지교∼구미동으로 연결되는 탄천변도로(1.05㎞)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분당주민들의 반대여론을 등에 업은 성남시의 '접속불가'의지는 단호하다. 동백지구에서 죽전을 거쳐 분당 구미동에 이르는 도로 역시 같은 이유로 접속이 끊긴 채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지하철 사정도 여의치 않다. 죽전역과 구성역은 내년말과 2006년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되고, 올해 중순 문을 열 예정이던 보정역 임시역사도 연말로 개통이 늦춰져 입주민들의 인내의 세월은 더 길어지게 됐다. 김원효(51·죽전1동)씨는 "도로확충 없이 대단지가 입주하면 죽전지구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며 "출근전쟁을 못 견뎌 입주 2∼3년만에 초기 입주민들이 떠나갔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10년전 만든 분당 보다 녹지 적어

죽전지구는 이에 더해 용인 난개발에서 줄곧 단골 메뉴로 등장하곤 했던 '녹지없는 살벌한 도시'의 전철을 또 답습하고 있다. 조성과정에서 대지산 자락이 잘려나가는 등 극심한 산림훼손을 겪었지만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도 문화재 92호 남곡 김세필선생 유택 10여m앞의 부지(약 900평)에서도 올 하반기에 분양하는 아파트 2개동의 터닦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물불 안 가리고 아파트부터 짓고 보니 죽전지구의 녹지공간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죽전지구의 녹지율은 18%. 10여년 전 조성된 분당(녹지율 19.3%), 일산(22.5%)보다 낮은 것은 물론 건설이 예정된 판교(녹지율 30.5%), 화성 동탄(녹지율 24%)에는 턱없이 뒤진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접 생활권인 분당 구미동과 입지조건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죽전은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교통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아파트 시세가 분당에 턱없이 못미친다"고 말했다.

생활시설 태부족, 공사중 개교 불가피

입주가 당장 다음달로 다가왔지만 지구내 상가 등은 대부분 공사초기 상태. 백화점 2개, 대형매장 7개가 자리잡은 '쇼핑천국' 분당과는 천지차다. 죽전지구내 대형매장으로는 내년 중순께야 이마트가 처음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도서관, 영화관, 대형병원 등도 이용하려면 분당으로 나서야 한다.

행정·치안수요의 과부하도 예고된 상태. 현재 인구 2만2,500여명인 죽전1동의 경우 연말까지 인구가 5만7,000명으로 늘어 웬만한 군과 맞먹지만 동사무소 직원은 동장과 운전사를 포함해 9명뿐이다. 죽전지구를 관할하는 용인경찰서 수지지구대(인원 45명)는 현재 담당인구만 22만명에 달하고 있다. 경찰관 1인당 4,800여명에 이르는 담당인구는 도내 경찰서 1인당 담당인구(833명)의 6배 수준이다.

올초 안양 충훈고의 대규모 미등록사태 이후 교육부는 '완공후 개교' 를 지시했지만 죽전지구 학교들의 '공사중 개교'가 불가피하다. 다음달 개교 예정인 신촌 독정 대덕초등학교를 비롯한 지구내 6개 초등학교는 총 36학급중 6∼12개 학급만 일단 문을 열고 순차적으로 확장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용인 서북부시민연대 정성규(50) 대표는 "생활기반여건 조성에 대한 고려없이 건축허가 내주기에 급급했던 시 행정이 죽전지구의 폭발을 가져왔다"며 "중앙정부와 시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과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용인은 인구유입 "블랙홀"

'용인은 인구 블랙홀.'

1990년대 중·후반 무차별적인 아파트 짓기에서 촉발된 용인지역의 인구 폭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93년말 용인 인구는 19만2,000명. 경기도내 시·군 가운데 인구 11위의 중소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94년말 20만명을 돌파한 후 10만명이 늘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졌다. 20만명에서 30만명대(97년말)로, 30만명대에서 40만명대(2000년말)로 늘어나는 데 각각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후 40만명대에서 50만명대(2002년말)로 증가하는 데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말에는 58만3,000명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올 1·4분기 용인에 1만5,756명이 새로 들어와 전국 시·군·구중 가장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경기도내 택지개발지구 57개중 동백·죽전·흥덕지구를 비롯 10개 지구가 용인에 몰려 난개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죽전지구에만 3만4,000명이 유입되는 것을 비롯, 동천지구 5,800명, 신봉지구 8,900명, 신갈지구 1만1,000명, 구갈지구 1만3,000명 등 이들 택지지구에도 7만3,000명이 늘어나 연말에는 7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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