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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불황…'한탕심리'도 얼었다/경마 마권매출 16%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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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불황…'한탕심리'도 얼었다/경마 마권매출 16%감소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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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일 과천경마장. 소풍삼아 가족들과 함께 온 나들이객들로부터 경마가 열리는 주말이면 출근하다시피 하는 '전문꾼'들까지 인파로 북적였다. 이 곳엔 불황이 없는 걸까.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종종 경마장을 찾는다는 K씨는 "예전엔 한번 오면 10만원 정도 마권을 샀는데 요즘은 솔직히 5만원어치 사기도 아깝다"고 말했다.

#2 지난 금요일 오후 서울시내 한 로또 복권판매점. 다음날 추첨에서 '대박'을 꿈꾸는 직장인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판매상 L씨는 "처음 로또가 나올 때랑은 비교할 수도 없고 갈수록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보통 한번에 5장씩(1만원 어치) 사던 사람들이 이젠 3장만 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살림이 쪼들려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했다.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 공부만큼은 남 못지 않게 시켰다. 재정상태가 벼랑 끝에 몰릴수록 복권이나 경마를 찾는 '한탕심리'는 더 발동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는 이런 과거와는 전혀 판이한 새로운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웬만큼 아파선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들 과외도 가급적 줄이고,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도 복권 사는 돈조차 아까워하고 있다. 불황한파가 과거 '경기의 무풍지대'까지 휩쓸고 있는 것이다.

로또 마권 매출급감

1등 당첨금이 이월누적돼 한때 1회차 판매액이 2,000억원을 넘기도 했던 로또 판매액은 현재 1,000억원을 넘는 경우도 드물다. 최근 5주차 판매액 역시 726억원→689억원→661억원→650억원→644억원으로 내리막 행진중이다. 어차피 초반 같은 열풍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호주머니 사정상 매주 수천∼수만원의 로또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경마·경륜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판매된 마권매출액(5월23일 현재)은 하루평균 533억원. 작년(632억원)보다 16% 감소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고액배팅하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경륜 매출액도 지난해 18.3% 줄어든데 이어 올해(12회차까지)엔 22%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경륜운영본부 관계자는 "경륜장 입장인원엔 별 차이가 없다. 결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과거 5만원어치 경주권을 구입하던 사람들이 이젠 4만원만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로또나 경마·경륜이 '사행산업'에서 건전 '오락산업'으로 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도 된다.

병원 학원도 찬바람

문닫는 병원, 간판을 내리는 학원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병원 도산율은 2000년 7.4%에서 2002년 9.5%로 높아졌고, 지난해와 올해초엔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0개 병원중 1개는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비용상승 및 수입감소에 요즘은 환자까지 줄어 병원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4·4분기 의료기기 리스액은 716억원으로 1년전(827억원)보다 14%나 줄었다. 리스 감소는 환자가 줄면서 의사들은 개업을 꺼리고 기존 병원 역시 새로운 의료기기 투자를 늦추고 있다는 의미다.

학원 역시 3개월째 매출 마이너스 행진(통계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1·4분기 전체 사교육 생산액은 환란이후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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