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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예술·열정·꿈 깃든 공간 홍대앞 프리마켓 문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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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예술·열정·꿈 깃든 공간 홍대앞 프리마켓 문닫나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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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프리마켓(Free Market)'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내다파는 '아트 벼룩시장'. 2002년 월드컵 때 시작돼 이젠 홍대 앞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됐다. 프리마켓은 말 그대로 모든 작품을 마음대로 가져와 팔 수 있는 시장. 때문에 이곳은 벼룩시장의 성격이 짙지만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 대신 프리마켓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진한 사연이 담겨 있는 프리마켓이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마포구청이 6월부터는 불허하겠다고 통보해오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구는 프리마켓이 열리는 놀이터 본연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며 프리마켓 사무국에 장소 이전을 권유하고 있지만, 사무국 측은 놀이터라는 공간의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 "놀이터는 어린이에게"

29일 오후 4시 홍익대학교 정문 앞 놀이터. 알록달록 구슬공예품, 직접 만든 수제가방, 도자기 인형 등 다양하고 희귀한 예술품들과 이것들을 구경하려는 시민들로 놀이터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그 한 켠에 '프리마켓 살리기 서명운동'이라는 현판과 함께 설치된 안내 데스크. 이 날 열린 장은 구에서 제시한 시한에 따르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행사여서 서명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시민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포구가 프리마켓에 난색을 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날짜까지 못 박아 퇴거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 구는 표면적으로는 놀이터의 이용 용도에 해당하지 않아 이곳에서 행사를 지속할 근거가 빈약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은 프리마켓이 정기적으로 지속되는 행사여서 유발되는 각종 부작용과 민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 문화체육과 이명성 팀장은 "프리마켓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어린이 공원은 어린이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냐"며 "프리마켓이 유명해지면서 노점상들도 무더기로 몰려들었고 주차와 쓰레기 문제 등도 심각해져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는 놀이터의 대체공간으로 '걷고 싶은 거리'를 제안한 상태다.

프리마켓 "놀이터는 놀이공간으로"

그러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내다 팔며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평가받으려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꿈의 발전소'. 때문에 프리마켓 측은 낡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문화행사를 규제하려는 구의 행정 마인드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목혜균(32) 프리마켓 기획팀장은 "홍대 앞 놀이터는 입지조건 상 어린이들이 와서 노는 곳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클럽을 드나들거나 술에 취해 휘청대는 젊은이들에게 점유당한 공간을 놀이터라는 이유만으로 문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한 조치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클럽 위주의 밤 문화가 중심인 홍대 앞에서 이 놀이터는 공연·행위예술 등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열린 공간. 문화활동가인 김영등(36) 프리마켓 대표는 "놀이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른 예술가들을 대표해서라도 놀이터의 의미를 지켜낼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프리마켓에 전가하는 납득할 수 없는 민원 때문에 장소를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켓 측은 서명운동을 계속해나가는 한편 31일에는 구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구청장과 면담도 가질 예정이다.

/글·사진=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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