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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減軍 2002년 11월 첫 제의/정부가 밝힌 협상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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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減軍 2002년 11월 첫 제의/정부가 밝힌 협상과정

입력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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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고위관계자의 28일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전략(GPR)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구상이 한국에 전달된 것은 2002년 말이었다. 미국측은 지난해 6월 최초로 감축을 언급했으나 이후 우여곡절 끝에 논의가 미뤄져 올 4월 미국측에서 "6,7월부터 공식 협상에 들어가자"는 공식통보가 왔다. 즉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긴밀한 협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정부도 '자주국방'등의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는 것이다.정부고위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11월 6일 더글러스 페이스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당시 이준 국방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재조정 논의를 위한 협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12월 5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가 발족됐다.

미국이 1만 2,000여명 수준의 규모를 언급하며 감축계획을 최초로 설명한 것은 2003년 6월 한국에서 열린 FOTA 2차회의때다. 이때 정부는 "10월 APEC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한국측 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때부터 정부는 "차제에 자주국방, 주한미군 재배치, 감축을 연계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완성한다"는 원칙을 정하게 된다. 7월 31일 국방부의 '자주국방 추진계획'이 보고 됐고, 이것이 8·15 경축사를 통한 노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 언급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때 노무현 대통령은 "중대한 안보상황이므로 협의를 개시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9월 9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재배치, 감축, 자주국방 연계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9월 말 대미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감축계획은 불변이라는 것을 미측으로부터 재확인했다. 때문에 "10월 1일 또는 10일 시점에 공론화를 하든지 아예 한국의 안보상황이 있는 만큼 2004년 말까지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측은 "2004년 여름까지 일체 협의를 중단하고 가을쯤 협의를 시작하자"고 결정했다. 정부관계자는 "전세계 수준에서 하는 것이 한국에서 먼저 나오는 게 어렵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월 10일 노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는 공식 보고됐고 "자주국방을 추진함으로써 주한미군의 변화에 능동적 주도적으로 대처한다"는 원칙도 결정됐다. 이날은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로 인한 재신임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한때 중단됐던 논의는 미국측이 지난해 11월 GPR을 공식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미국측은 지난 4월 "2004년 6,7월부터 본격 논의하자"고 알려온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 관계자는 "당시 협의를 시작하는 순간 공론화 한다고 미측과 합의했다"며 "그러나 주한미군 1개 여단 차출이 미국에서 갑작기 결정되고 알려지면서 재배치 및 감축계획도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한미군 일부 이라크 차출과 관련해서는 "이미 4월 16일 경 주한 미공관을 통해 차출 가능성을 탐지했다"고도 설명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감군 공론화? 美와 氣싸움?

정부는 왜 뒤늦게 지난 1년 7개월 여에 걸친 주한미군 관련 협의 일지를 공개했을까. 그 동안 국내·외의 주한미군 감축 관련 보도에 대해 시종 말을 아끼던 정부가 이처럼 소상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외교관행상 '협상 결과'가 아닌 '협상 과정'의 전모를 공개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의혹이 너무 커져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미국측에도 이번에 브리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양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측은 이미 지난해 10월 감축 협상을 개시할 경우 국민에게 전모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으나 미국이 거듭 난색을 표시했다"이라며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지금까지는 공개하지 못하고 보안을 유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미뤄 정부측은 미군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민여론을 모으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해외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미국측도 한국 국민을 상대로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차라리 국민에게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는 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미국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방침을 한국에 통보한 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자 협의 일지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최근 조기 개각 무산 파동으로 일지 공개가 다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협상의 전모를 공개한 것은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측이 언론에 주한미군 감축규모를 흘린 데 이어, 최근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을 세계 어느 곳에든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정면 대응했다는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부 "자주국방·美軍감축 연계"

"주한미군의 감축이 한반도 안보위협이나 공백으로 연결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 정부는 다음달 시작될 미국과의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앞두고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천명했다. '한반도 안전보장 속 협상'이라는 기본 틀은 미2사단 2여단의 이라크 차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부 당국자들이 시종 되뇌어온 원칙이기도 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차제에 우리 자주국방과 미군 감축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금까지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모두 공개해 버린 데서도 정부측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핵심쟁점은 감축규모와 시기 등으로 압축된다. 미국이 지난해 6월 2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에서 1만2,000명 규모의 감축안을 밝힌 만큼 정부도 대응방안을 마련해 둔 게 확실하다. 정부관계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할 때 총감축 규모는 현재 3만7,000명의 약3분의1인 1만2,000명 정도로 하되, 방식은 상당한 시일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준다면 한미간의 논의 또는 협의 과정에 우리측의 비토(거부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감축에 따른 전력 보완책에 대해서도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할 계획이다. 3년 동안 110억달러(약13조원)를 들여 한반도 전력을 증강하고, 한반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인근 지역에 전폭기를 배치키로 한 미국측의 약속을 재다짐을 받는다는 복안이다.

향후 협상에서 최대 관심사는 우리가 FOTA에서 집중논의되고 있는 용산기지 이전협상과의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하느냐는 문제다. 양대 쟁점의 연계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감축의 규모나 시기에 따라 이전비용 등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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