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스릴, 음모, 공포, 추리란 단어들을 앞세운 미국 대중소설의 대표작가들인 존 그리샴과 스티븐 킹, 톰 클랜시의 소설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해마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출간됐던 것이 조금 빨라졌다. 불황에 시달리는 도서시장에서 때이른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내용이 비슷하고 반복적이라는 것, 독자의 머리가 아닌 감각을 자극한다는 것 등 '한번에 쉽게 읽히는' 소설이긴 하지만,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인기상품. 당연히 영화로도 대부분 옮겨졌다
법정스릴러, 존 그리샴의 베스트 컬렉션
"나는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존 그리샴(49)은 이렇게 바랐다. 첫 작품을 내기 위해 그는 스물 여섯 군데 출판사를 다녀야 했다. 첫 소설 '타임 투 킬'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데 1년이 걸렸지만, 그 자리에 머무른 것은 100주일이었다. 이후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미국에서만 1억3,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전세계 2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적어도 그의 바람 중 두번째 것은 이뤄졌다.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발행)은 존 그리샴의 대표작을 모아서 선보이는 시리즈. 변호사 출신인 그리샴은 직업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소설에 훌륭하게 적용하는 작가다. '법정 스릴러'로 불리는 그의 소설은 상세한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과 빠르고 긴장감 있는 내용전개 등 잘 읽히는 대중소설의 요건을 갖췄다. 담배 회사를 상대로 한 수백만 달러 소송을 다룬 '사라진 배심원', 젊은 변호사가 자신이 일하는 법률회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여성법대생이 쓴 대법원판사 살인사건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이뤄지는 '펠리컨 브리프', 변호사의 자살장면을 목격한 꼬마 의뢰인을 위해 사건을 맡은 '의뢰인' 등 모두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 네 권이 나왔다.
공포 소설, 스티븐 킹의 '그것'
스티븐 킹(57)이 첫 소설 '캐리'를 출간했을 때는 그의 나이 스물 아홉. 직장을 옮겨 다녔고 날아오는 청구서를 처리하느라 쩔쩔맸지만 '캐리'를 내고나서는 소설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캐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두번째 소설 '세일럼스 롯'을 내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공포소설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의 소설은 전세계 35개국에 33개 언어로 번역돼 3억권 이상 팔렸다.
섬세하고 긴박한 문체를 통해 일상에 숨어있는 공포를 포착하는 게 스티븐 킹 소설의 탁월한 매력이다. '스티븐 킹 걸작선' 중 일곱번째 권으로 출간된 '그것'(전3권·황금가지 발행)에서도 킹 작품의 강렬한 흡인력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어판으로 1,812쪽에 이르는 대작으로, 미국에서도 출간 2주만에 밀리언 셀러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것'은 유년 시절에 겪었던 공포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일곱 남자가, 어렸을 적 만났던 악령과 다시 조우해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들이 영상으로 옮겨진 것처럼, 이 소설 역시 90년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됐다.
테크노 스릴러,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톰 클랜시(57)는 보험 중개인이었다. 전쟁과 무기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열광한다는 게 좀 별난 것처럼 보였다. 첫 소설을 내기 전에 쓴 것은 전략탄도미사일에 관한 짧은 글이 전부였다. 1984년 출판한 첫 소설 '붉은 10월'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보험 중개인 일을 그만두었다. 잇달아 발표한 '패트리어트 게임' '크레믈린의 추기경' '적과 동지' 등이 모두 히트했으며,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썸 오브 올 피어스' 등 네 편은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첨단과학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테크노 스릴러'의 스타로 불리면서, 미국과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톰 클랜시는 FBI와 CIA의 단골 강연자로 활동하는 등 전문적인 군사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다. 오랜 시간을 들여 수집한 자료가 토대가 되는 데다 잘 짜인 플롯과 생생한 묘사 등 잘 팔리는 대중소설 작가의 요소를 갖췄다.
6년 만에 한국에 선보이는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전4권·노블하우스 발행)는 미국에서는 98년 초판만 200만부 발행한 소설이다. 인류의 종말을 기도하는 거대한 테러집단에 맞서 싸우는 다국적 대(對)테러부대 '레인보우'의 활약을 담았다. 이 소설은 PC게임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고,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영화를 맡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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