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술관수잔나 파르취 지음, 현암사 발행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얼핏 보기에 미술관은 작고 소박해 보이는 건물의 맵시와 아무렇게나 세워놓은 듯한 석불과 수수한 석탑들, 이름 모를 풀들로 둘러싸인 화단 등 어느 선비의 오래된 고택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외관부터 거대한 박물관과 풍경이 전시품을 압도하는 미술관, 온통 값비싼 미술품으로 전시된 공간 등을 보아오던 사람들에게는 이 소박함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미술관의 진가가 드러난다. 간소하지만 그 나름의 배열이 있고, 아름드리 향나무와 우리 식물들이 잘 어우러지며, 심지어 그곳을 지키는 개조차도 미술관의 한 식구처럼 친근하다. 내부는 또 어떤가. 낡아 보이지만 예스러움을 풍기는 전시공간하며, 그곳에 걸린 작품들도 눈썰미 있는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 끌 만큼 최상의 예술미로 빛난다.
이 미술관의 매력은 보는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그림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자신이 본대로 이해하면 되니까. '당신의 미술관'은 인류의 미술 변천사를 미술관 형식을 빌려 설명하는 색다른 시도다. 최초의 그림인 동굴 벽화에서 현대의 거리 미술에 이르기까지 16개의 전시실로 나누고, 각각의 공간에는 저자의 탁월한 안목으로 골라낸 당대 최고의 작품들, 즉 회화, 조각, 건축물 등을 차곡차곡 정리해놓았다. 따라서 독자들은 16개의 전시실을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보든,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듯 보든 그것은 자유다.
사실 방대한 세계 미술사를 훑어본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게다가 당대의 가장 예민한 영혼들의 정신세계를 꿰뚫어본다는 것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염려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준다. 저자는 명쾌하고 간결한 언어로 미술의 역사를 되짚고, 각각의 미술작품은 물론 미술가, 그리고 그 작품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을 위해 미술관 형식을 빌려온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방대한 미술사를 간략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빠뜨리지 않고 알차게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옛 것을 최상의 상태로 보여주는 간송미술관처럼, 어깨에 힘주지 않은 이 책 역시 미술관(혹은 미술작품) 가기를 어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당신을 위해 문턱을 최대한 낮춘 '책 속의 미술관', 한번 거닐어 보실래요.
/한미경·가람기획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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