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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자금 "空돈" 쓰듯 펑펑/부실기업주 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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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자금 "空돈" 쓰듯 펑펑/부실기업주 비리 백태

입력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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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면적만 2,000평에 가까운 초호화 저택, 수십억대의 시주금과 이혼 위자료….' 검찰에 적발된 부실 기업주들은 눈먼 회사돈을 뒤로 빼돌려 호화 사치 생활에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였다.5월 초 3년9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해 온 성원토건그룹 전 회장 김성필씨를 검거하기 위해 성북구 성북동 김씨 집을 급습한 검찰 수사관 20여명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지 1,900평 규모의 김씨 집은 노래방, 실내 골프연습장, 체력단련실, 홈바 등을 갖춘 '아방궁'이었다. 김씨와 부인이 사용하는 3층짜리 별채 옷방에는 수백벌의 고급 옷들이 걸려 있었고, 전신마사지가 가능한 샤워부스, 용처가 의심스런 007가방 10여개와 수많은 미술품이 발견됐다. 자녀 등이 기거하는 본채에는 침실만 10여개에 달했고, 본채 옆 양옥 2층에는 10여개의 금불상이 놓인 개인 법당이 만들어져 있었다.

김씨가 소유자를 회사에서 통도사로 바꿔 놓은 이 집은 700평 규모의 대지에 지은 본채와 별채, 법당건물, 그 옆의 김씨 동생 집 등 4채의 주택과 1,000평 가량의 나대지 등으로 구성돼 있고 시가만 200억원대에 달한다. 김씨는 트라제 3대, 체어맨 1대 등 4대의 승용차를 굴렸으며, 경비원, 조경사, 운전사, 가정부 등 5명에게 월 81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밖에 아파트 4채, 점포 2개, 연립주택 1개동(19세대) 등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압류를 피하기 위해 명의를 승려와 또다른 사찰로 이전해놓았다. 2000년 12월부터 도피생활을 시작했던 김씨는 지난 2월부터는 아예 집 외곽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 16개를 설치해 놓고 집에서 은신해 왔다.

성원토건그룹이 부도난 것은 1998년 7월15일. 김씨는 부도 4일 전에 평소 알고 지내던 원행(본명 김성택·구속)스님을 통해 통도사 명의로 금융계좌를 만든 뒤 회삿돈 47억5,000만원을 시주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승려 김씨는 "6개월 전 20억원을 시주금으로 기부받았다"며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주고, 실제론 돈을 세탁한 뒤 김씨에게 되돌려줬다. 김씨가 이렇게 사찰과 승려 등을 동원해 은닉한 재산은 634억원에 달했다.

김씨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성원그룹 회장 전윤수씨의 자택. 이 집은 전씨가 회삿돈을 빼내 530평 규모의 대지를 매입, 다시 회삿돈으로 지은 180평 규모의 저택으로 시가만 35억원. 99년 4월 회사가 부도나던 날 전씨는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팔아 14억5,000만원을 챙긴 뒤 이를 자녀 유학비와 주택부지 매입비로 사용했다. 또 휴지조각이 된 성원산업개발 지분 176만주를 계열사가 주당 4,518원에 사도록 해 80억원을 챙겼다. 동아건설 전 회장 최원석씨도 저택 관리인과 부인 및 어머니의 운전기사 등 19명의 급여 13억원을 회사가 지급토록 했다. 회사가 협조융자를 받으며 휘청거리던 98년 4월에는 전 부인과 이혼하면서 위자료 24억원을 빌려 지급한 뒤 자신의 17억원대 부동산을 회사가 24억원에 매수토록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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