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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든 책은 헌책이다/최종규 지음

입력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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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헌책이다최종규 지음

그물코 발행·1만5,000원

최종규(29)씨는 내로라하는 '헌책방 즐김이'다. 헌책방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개 책 욕심 때문에 헌책방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꺼리지만 그는 다르다. "새로 생겨나는 헌책방은 별로 없는데 '이오서점'이나 '최교수네헌책방'처럼 유서깊은 헌책방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찾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헌책방도 설 자리가 생깁니다."

최씨는 2001년부터 인터넷홈페이지 '함께 살기(http://hbooks.cyworld.com)'를 운영하며 헌책방과 우리말에 관한 정보를 나눠왔다. 이번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낸 이유도 헌책방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발품을 팔며 돌아본 헌책방 40여 곳의 분위기와 책방 주인과의 만남,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사진 등 헌책방에 대한 정보가 꼼꼼하게 담겨 있다.

13년 전 고교 2학년 때 절판된 독일어문제집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에 첫발을 디뎠다. "헌책방에도 참고서 아닌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주머니가 얄팍한 학생들이 책을 보기에도 좋구요." 대학 진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헌책방 순례를 시작한 그는 강의실보다 헌책방에서, 그리고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동안 서울에서만 150여 곳의 헌책방을 찾아냈고, 지금까지 모은 책은 몇 권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지난해 4월 결혼한 아내도 헌책방에서 만났다.

"헌책방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책을 고르고, 그 책뭉치를 직접 나른 뒤, 책먼지를 닦는 등 모든 '노동'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책이 온전하게 내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헌책방 예찬론을 이어간다. 최씨는 "헌책방은 책문화에서 하수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돌고 돌아야 하는데, 헌책방이 이러한 책 유통 과정의 핵심고리라는 것이다. 물론 그가 자주 찾는 헌책방은 "새로 나온 헌책이 많은 곳"이다.

헌책방이 설 땅이 좁아지는 현실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은 남다르다. "책을 읽지 않는 문화에서는 헌책방도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죠. 새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많아야 헌책도 많이 나오죠." 그는 헌책방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책을 많이 팔려는 출판사들이 서점에서 반품된 책을 몽땅 폐기처분해 헌책의 유통을 어렵게 만들고, 높은 임대료 때문에 여러 차례 옮겨다니다 못해 문을 닫는 헌책방이 늘어가는데도 정부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최씨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우리말 사전을 펴내고자 하는 꿈을 지니고 5년간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고(故) 이오덕 선생의 유고집을 출판하기 위해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최씨는 1998년부터 찍어온 헌책방 사진으로 부산의 가톨릭센터와 보수동 '고서점'에서 6월 30일까지 사진 전시회도 열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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