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루홈런의 요술이 이번에는 현대 김수경의 다승 단독 선두와 선발 12연승의 꿈을 한꺼번에 앗아갔다.2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증권배 2004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삼성은 3연승을 달리던 선두 현대를 5―1로 가볍게 물리쳤다.
0―1 한 점 차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던 5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박종호의 역전 만루홈런 한 방이 갈라놓은 승패의 희비 쌍곡선이었다.
올 시즌 39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운 박종호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 맛보는 그랜드슬램의 짜릿함에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사이 지난해 9월10일 롯데전 이후 쌓아오던 11연승의 공든 탑이 무너져버린 김수경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김수경은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7피안타로 비교적 호투했지만 박종호에게 허용한 단 한번의 실투(131㎞짜리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림)에 덜미가 잡혀 7승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한편 28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두산―기아(잠실)와 롯데―SK(부산), 한화―LG(대전)전이 우천으로 취소됐다. 이들 경기는 29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연속경기로 열린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고액연봉…성적은 '쥐꼬리'
프로 스포츠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은 스타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에이스 투수는 삼진을 잡아내고 홈런 타자들은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올려야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스타들은 그 상품성에 걸맞게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이 프로세계의 법칙. 하지만 올 시즌에는 구단의 간판 스타들이 제 역할을 못해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그래서 팬과 구단은 물론 선수 자신도 답답하기만 하다.
일본파 투수 3인방 흔들
정민태(35·현대) 정민철(32·한화) 이상훈(33·SK)은 한때 그 이름만으로 마운드를 호령했다. 비록 일본에 나란히 진출했다가 크게 재미를 못보고 다시 돌아오긴 했어도 아직까지 국내 최고 투수임에 분명하다. 이들이 받는 연봉 합계만 무려 16억9,000만원. 국내 프로선수 연봉킹 정민태가 7억4,000만원, 이상훈이 6억, 정민철이 3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성적은 연봉과 반비례다. 정민태는 올해 볼 스피드가 뚝 떨어지면서 '타고(打高)'를 이기지 못하고 3승5패를 기록중이다. 최근 5번 등판에서 팀 승리를 보장하기는커녕 3패만을 올렸고 현재 방어율은 5.74까지 추락했다. 팀 성적(1위)이 좋아서 그렇지 비난을 면할 길이 없는 상황. SK의 뒷문을 지켜야 할 이상훈은 아예 2군으로 내려갔다. 카리스마로 마운드를 휘어잡던 이상훈은 3세이브(3패)로 몸값을 전혀 못하고 있다. 또 송진우와 함께 최강의 원투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민철은 올해 1승도 챙기지 못하면서 한화 벤치의 속을 태우고 있다.
나이를 탓해야 하나
각 구단 프랜차이즈 타자들도 옛 명성을 갉아먹고 있다. 부산 야구의 상징 박정태(35·롯데)는 올 시즌 한 차례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LG 신바람 야구의 선봉 유지현(33)은 15경기에 나와 31타수 5안타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국내 최고 높이의 마운드를 리드해온 김동수(36·현대)도 세월을 탓하며 후배 강귀태에 자리를 내준 상태. 나이가 들면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팬들로서는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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