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세대 특강에서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다시 보게 돼 매우 착잡하다. 노 대통령은 "보수는 약육강식이 우주의 섭리이고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이지만, 진보는 더불어 살자는 것이고 고치며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논쟁 공간으로 따지고 해석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과장과 비약이 거칠다.어느 쪽의 옳고 그름은 다음으로 치더라도 작금 진행 중인 사회적 공론에 대해 대통령이 내보인 인식의 수준과 내용이 우선 실망스럽다. 노 대통령 자신과 지지진영을 옹호하려는 뜻으로 이해하기에는 상대 쪽인 보수를 악의 개념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노 대통령은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다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보수는 바로 부패한 보수, 실패한 보수일 테지만, 그 보수진영도 국민적 질타와 선거패배 이후 반성과 변화를 위한 고민이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생과 국리 앞에서라면, 반대로 진보 쪽의 교정과 고민도 필요한 것 아닌가.
특히 그 말들 어디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솔선해야 할 포용과 화합의 정신을 찾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이 '선한 진보'에 대비하고 부각하는 보수도 이 사회의 엄연한 세력이자 그의 상대다. 특강대로라면 노 대통령의 상대는 근원적으로 부정과 척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정치현실상의 보수세력인 야당은 어떻게 대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열과 갈등에 있을 리는 없을 것이다. 탄핵파동 이후 처음 나선 대민 석상, 그것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자리가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채워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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