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출범했다. 4·19혁명이 마련한 자유의 공간에서 움텄다가 이듬해 5·16 군사반란으로 짓밟힌 교원노조운동이 거의 서른 해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이다. 전교조 결성식은 당초 한양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그 이틀 전부터 경찰이 한양대를 원천봉쇄한 터여서 연세대 교정으로 옮겨 치러졌다. 전교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교직원 노동조합의 지향점을 '민족 교육' '민주 교육' '인간화 교육'으로 요약했다.그러나 당시 노태우 정부가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불법으로 규정한 터라 전교조의 행정(行程)이 순탄치는 않았다. 전교조가 출범하고 석 달이 조금 지난 9월초까지 1,500명이 넘는 조합원 교사들이 파면되고 그 가운데 42명이 구속되었다. 이 수치는 공교롭게도 5·16 이후 학교에서 쫓겨난 교사들의 수와 엇비슷하다. 해직 교사들 다수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3년 전교조 탈퇴를 조건으로 복직됐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인 1999년 1월 마침내 전교조가 합법화됐다.
전교조는 그 창립선언문이 회고하듯, 4·19혁명기의 교원노조 운동에서 흘러나와 1986년의 '교육민주화 선언'과 그 이듬해의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 결성 등을 거쳐온 교육 민주주의 운동의 물살 위에 얹혀 있다.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냐'는 어이없는 반응에서부터 '이념적으로 불순하다'는 색깔 공세에 이르기까지 기존 교육계 안팎에서 쏟아진, 그리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 갖가지 트집에 맞서며, 전교조는 민주주의적 교육노동자 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교조 결성을 기념해 만들어진 노래 '참교육의 함성으로'는 이렇게 시작한다.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 굴종의 삶을 떨쳐 기만의 산을 옮기고/ 너와 나의 눈물 뜻 모아 진실을 외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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