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봄 상품에 대한 판매 리뷰가 있었다. 상품을 기획하는 디자이너로서 판매 리뷰는 2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상품에 대한 반응을 다음 시즌 상품기획에 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과연 내가 의도하고 강조한 대로 소비자들이 내 옷을 입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추구하는 컨셉을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호응하는지를 점검해보는 소중한 자리인 것이다.아쉽게도 이번 판매리뷰는 치마를 선호하는 나에겐 좀 실망스러웠다. 바지 판매율이 올해도 치마에 비해 5% 이상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들이 바지보다 치마를 입는 것을 더 선호한다. 허리부터 엉덩이 선을 따라 내려오는 샤넬길이 스커트와 스커트 아래로 곧게 내려오는 다리, 그리고 적당한 굽 높이의 구두까지, 치마 차림의 여성에게는 남성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치마 입은 여성에 대한 동경은 어머니에게서 왔다. 5살때였던가, 일본에서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마중하러 공항으로 나갔다. 당시 비행기 트랩을 걸어 내려 오는 어머니의 복고스럽게 올린 머리에 반팔 터틀넥, 실크 하프코트 밑으로 무릎을 약간 덮는 길이의 펜슬 스커트 이미지는 지금도 어젯밤 꿈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마도 그 때부터 치마에 대한 나의 사랑과 동경이 시작된 것 같다
80년대 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등장 이후 활동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바지 정장으로 표현되지만, 치마는 여전히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에 틀림없다. 플레어 스커트부터 아주 좁은 펜슬 라인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길이의 치마는 코디하기에 따라 여성의 섹시함과 강인함, 사랑스러움 등을 능란하게 표현해준다. 여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성이여, 남자를 정복하고 싶으면 치마를 입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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