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쪼들리면서 서민들이 웬만큼 아파선 병원이나 약국조차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원 짜리 아동복' 등 유통업계의 미끼 상품이 쏟아지는 가 하면 제화업계의 경우 매출은 물론 구두 수선 물량도 크게 줄었다.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소득 통계에 나타난 가계의 의료·보건 실질소비 지출액은 지난 1·4분기에 3조3,3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의 의료·보건 지출규모가 줄어든 것은 2001년 2·4분기(-6.9%) 이후 거의 3년 만에 처음이다. 의료·보건 지출은 2002년에 분기별로 17∼21%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다 작년 들어 한자릿수로 둔화했으며 3·4분기 5.7%, 4·4분기 1.9%에 이어 올 1·4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의료·소비 지출규모도 98∼2001년의 2조원대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 95∼97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들었거나 향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이 아파도 그냥 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병원업계에선 최근 들어 환자수가 급격히 감소,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개업조차 꺼리는 실정이다.
백화점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동복 10원, 선글라스 50원, 굴비 1마리 150원, 샌들 500원, 와인 990원 등 파격적인 가격의 미끼 상품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8∼30일 수도권 5개 점에서 9,000∼1만5,000원짜리 와인 총 500병을 병당 990원에 선착순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도 28일 아동복을 10원에 100벌 한정 판매한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 업계는 롯데백화점의 매출이 이날 현재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3% 감소했다. 중산층과 서민이 주로 찾는 대형할인점도 이마트 매출이 작년 동기 보다 1.7%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화업계도 이날 현재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10∼15% 정도 줄어든 가운데 '돈 드는 ' 수선 물량도 10% 정도 감소했다. 금강제화의 경우 공짜 또는 미싱작업을 비롯한 5,000원 미만의 수선은 5% 가량 늘어났지만 밑창갈이나 염색 같이 2만∼3만원이 드는 '고액' 수선은 10% 이상 줄어들었다.
한편 유가가 치솟으면서 신용카드와 주유소 제휴카드를 연계한 알뜰 주유가 기름값 절약을 위한 기본이 되고 있으며 오일프라이스(www.oilprice.co.kr) 등 기름 가격 비교사이트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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