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디자이너인 김모(28)씨는 지난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종일 직장 일을 하다가 야간에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시나브로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정수리가 훤해졌다. 두피를 보호해준다는 샴푸도 써보고 발모제도 발라 보았지만 김씨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모자로 이를 가리고 다니고 있지만 점점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탈모가 최근 여성들에게도 급증하고 있다. 20, 30대 여성의 1~2%, 40대 이상에서는 20~30%가 탈모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서울의 한 피부과를 찾은 탈모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탈모 환자가 늘면서 한 다국적 모발관리회사의 올해 연간 회원이 벌써 1만명을 넘어섰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프로그래머, 회계사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전문직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의 탈모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ㆍ스트레스가 여성 탈모의 주 원인
여성 탈모는 남성처럼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며 사춘기, 임신, 출산, 폐경기 등으로 인한 체내 호르몬 양의 변화도 주 원인이다.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이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기능을 억제하고 있다가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져 안드로겐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피임약을 오랫동안 복용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 과다한 스트레스, 잦은 퍼머와 염색, 모발 제품의 잘못된 사용 등으로 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여성 탈모는 지루성 피부염, 여드름, 생리 불순 등이 동반되며 철분 결핍,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치료 전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탈모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므로 이처럼 정수리 부근에 원형 탈모 증세가 나타나거나 두피가 가렵고 머리숱이 현저히 줄어든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 뽑았을 때 10가닥 이상 뽑힌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끝이 둥근 빗으로 빗질을 해주고 머리를 감을 때 손톱이 아닌 손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주면 좋다.
머리카락의 성분은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로 이루어지므로 평소 콩, 찹쌀, 두부, 우유, 생선 등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이외에도 머리카락 성장을 촉진하는 다시마, 미역 등과 같은 해조류와 비타민C도 탈모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스트레스와 긴장은 탈모의 주된 원인이므로 스스로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신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요가나 자신에 맞는 운동법을 찾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치료법이 있나
탈모 초기에 병원을 찾거나 먹거나 바르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 탈모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미녹시딜’을 처방한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이완시켜주는 약물로 탈모 부위에 바르면 모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자연스러운 탈모 치료 및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3개월 정도 꾸준히 발라주면 된다.
최근에는 모근 세포에 고농도의 화성형 미세 영양소를 공급해줘 모발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영양제 개념의 여성 탈모 치료약도 나왔다. 이 약은 6개월 정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약물샴푸와 두피 레이저, 두피 마사지, 두피 스케일링으로 이루어진 두피 관리 전문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두피가 보일 정도로 심하게 머리가 빠졌다면 ‘자가모발이식술’을 이용할 수 있다. 흔히 대머리나 남성이 받는 수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수술법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
자가모발이식술이란 자신의 모발을 자신의 머리에 심는 것으로 최근에는 뒷머리 부분의 모근을 떼내 작게 나눠 최소 단위로 분리한 뒤 1~2개의 머리털을 식모기를 이용해 필요한 부위에 이식하는 것이다. 국소마취로 이루어지고 시술시간은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성 탈모 어떻게 진행되나
여성 탈모는 남성처럼 이마나 정수리가 점차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숱이 적어지고 가늘어진다. 가르마 부위를 시작으로 서서히 탈모가 진행되는 것이 여성 탈모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여성 탈모는 또 대체로 원형 탈모증으로 시작된다.
원형 탈모증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어 미용실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원형 탈모증의 경우 대부분 1~2개 정도의 원형 탈모 증상을 보이지만 심해지면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거나, 심한 경우 눈썹, 속눈썹, 수염, 음부 등의 몸에 나는 털이 모두 빠질 수도 있다.
/도움말=듀오피부과 홍남수 원장
/도움말=경희의료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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