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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박물관 기행-삼청동 '부엉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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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박물관 기행-삼청동 '부엉이박물관'

입력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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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리와 음식점 등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길에 자리잡은 묘한 건물. 부엉이박물관이라는데 웬 부엉이? 궁금증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번 놀라게 된다. 부엉이 관련 공예품들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다는 것에, 그리고 평생 이것을 모은 이가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사실에.저기, 저 부엉이 너무 예쁘지 않아요. 똥그란 저 눈 좀 좀 보세요. 그리고 인간처럼 똑바로 서 있는 저 부엉이가 꼭 신사같지 않아요. 카리스마가 있잖아요.”

십년 동안 부엉이 작품들만 모아온 배명희(50) 관장은 만나자마자 부엉이 상찬으로 입에서 침이 마르지 않는다. ‘왜 하필 부엉이를 모았냐’는 질문이 민망해질 만큼, 배 관장은 사랑이 넘치는 ‘부엉이 엄마’다. 부엉이가 수놓인 앞치마를 두르고 동그란 안경을 쓴 모습이 어째 부엉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곳에 모인 부엉이는 모두 2,000여점. 부엉이 공예품 뿐 아니라 부엉이가 그려진 그림이나 우표, 엽서, 지폐 등 부엉이와 관련된 거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체코에서 온 흙으로 빚어진 부엉이 전등, 짐바브웨의 부엉이 돌조각,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는 스페인 피리, 배낭여행 갔던 큰 아들이 홈스테이 하던 집 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부엉이 그림, 동양화 속의 부엉이 그림 등 별의별 부엉이가 박물관 곳곳에서 눈빛을 반짝인다.

부엉이는 서양에선 지혜, 동양에선 재물을 상징한다. 배명희 관장은 부엉이를 달았다.

그리스 신화 속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서양문화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문화에서 부엉이는 다소 낯선 존재가 아닐까, 야행성 때문에 이미지가 조금은 음산한 게 아닐까, 등등의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도 여지없이 깨졌다.

‘부엉이 살림’이니, ‘부엉이 곳간’ 이니 해서 옛날부터 부엉이는 재물복을 상징하는 새였어요. 요즘 부엉이가 보기 힘들어지면서 우리하고 멀어졌을 뿐이지, 예전에는 동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했죠.” 재중동포에게 얻은 부엉이 모양의 대나무 바구니에도 그런 재물복의 의미가 담겨있다. 시어머니가 시집오는 며느리에게 주는 선물로, 재물을 많이 모으라는 뜻이다.

물론 배 관장이 심오한 뜻을 갖고 부엉이 수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녀가 부엉이를 모으게 된 것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 경주의 기념품 가게에서 토끼, 부엉이 등의 목공예품을 사고 나서부터였다. 한갓 기념품에 불과했을 지 모르지만, 강원도 시골 출신의 어린 소녀에게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었던 것. 그 뒤로 장날이면 장터에 나가 공예품을 구경하면서 하나씩 모아나가, 지금까지 이르렀다.

“집안 형편상 전문적으로 미술 공부를 할 형편은 못 됐지만, 수집은 계속 해나갔어요. 이거 모으는 데 돈이 엄청 많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예요. 옷이니 화장품이니 주부들이 자기 가꾸는데 드는 비용을 대신 부엉이한테 쓴 정도에요.”

평범한 직장?남편의 월급으로 이룬 박물관. 때문에 박물관에서 고가의 유명작가 작품을 찾을 수 없지만, 수십년간 발품을 팔아 뛰어다닌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예품의 80% 이상이 외국 제품이지만, 그가 가본 외국은 일본 뿐이다. “자식들이 여행가서 사온 것, 남편이 해외출장 나가 사다 준 것 빼고는 국내에서 다 모았어요. 주한 외국대사 부인 바자회, 적십자 바자회, 외국인 체육대회, 각종 벼룩시장 등을 죄다 쫓아다녔죠.”

소장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도 결국은 우문일 뿐이었다. 그녀에게는 하나같이 귀여운 자식들이다. ‘유명인이 만든 작품이어서’,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 등의 이유가 아니라 가격이 얼마 되지 않아도 예쁘고 좋기 때문에 모아온 소장품이기에 우열이 있을 리 없었다.

지난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박물관을 열게 된 것은 그동안 고생하면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을 찾아보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부엉이들과 함께 빛 좀 보겠다고 했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둘째 아들이 꾸며준 박물관에서 배 관장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간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공예품 하나에도 즐거워하고, 감동하고, 꿈꾸는 모습은 영락없이 소녀시절의 그녀를 보는 듯했다.

이용법

■ 경복궁 옆 삼청동 길을 줄곧 따라가다 보면 금융연수원을 지나 삼청공원 못 미친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안국역에서 감사원 방향의 2번 마을버스, 교보빌딩 앞에서 삼청공원 방향 45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월요일은 휴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료는 차값 포함해서 5,000원.

■ (02) 3210-2902, www.owlmuseum.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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