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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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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입력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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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말이다. 그보다 좀 더 나아가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 '역할을 바꿔서 해보기'가 아닐까 싶다.그동안 내가 쓴 소설이 영화가 되기도 하고,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했다. 늘 거기까지였다. 작품 안의 배역을 맡은 사람에 대해서는 한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그럴 기회를 가졌다.

소설가 하성란씨, 시인 공광규씨와 함께 우리의 작품을 희곡으로 재구성하고, 우리 스스로 작품 속의 인물 역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 이해되는 것이 그동안 우리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노고였다. 작가가 한 작품을 써내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우듯 그들 역시 그 작품 속의 한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렇게 연습을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우리의 연극 '이 가족의 근황'을 올린다. 어린이날과 석탄일까지 5월의 모든 휴일을 반납했다.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레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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