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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부자 외국인-극빈 현지인 '나이로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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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부자 외국인-극빈 현지인 '나이로비 딜레마'

입력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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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아프리카 하면 부시맨, 동물들이 사는 초원을 떠올리고 문명사회를 상상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케냐의 나이로비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한 교통의 중심지로 '동아프리카의 파리'로 불린다. 별명답게 시내에는 오피스타운과 대형 슈퍼들로 이루어진 쇼핑가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영국 식민지 시절 들어온 주거문화는 돈 많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사는 부촌 지역, 현지인들이 사는 빈민촌 지역으로 크게 구분돼 있다. 외국인들이 사는 주택은 넓은 정원으로 이루어진 유럽식 개인 주택과 저층의 고급빌라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현지촌은 다닥다닥 붙은 좁은 판자집들이 맨땅 위에 비위생적으로 허술하게 지어져 외국인촌과는 대조적인 부의 분배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영국 문화 잔재로 영국식 학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외국 선교사, 국제기구, 대사관 등의 외국인 자녀를 위한 미국식 학교도 잘 발달되어 있다. 이와 달리 현지인들을 위한 교육은 현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내세운 초등학교 의무교육화로 좀 나아진 형편이지만 재정 문제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동아프리카의 파리라지만 기본적인 기간 시설들이 부족해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전기공급이 자주 끊기고 수돗물 사정도 안 좋아진다. 수도,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치안 확보가 주택 가격 형성의 주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현지촌은 전기 공급이 되는 곳이 부촌으로 인식 될 정도로 케냐인의 거주지 주택 사정은 한국의 1950년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악하다.

나이로비의 부는 케냐에 정착한 인도인과 외국인 거주자들에 편중되어 있어 케냐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피해 의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케냐인들이 외국인의 돈을 강탈하는 것에 대해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은 월급과 생활고에 찌든 경찰이 밤에는 권총 강도로 돌변하기도 하고 박봉에 시달리는 고급 공무원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바쁘다. 선진국에서 원조를 해 준다고 해도 필요한 재정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경제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후진국 악순환의 대표적 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정작 이 땅의 주인은 누리지 못하는 것을 착취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오는 케냐인에 대한 죄책감과 케냐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죄의식의 결여와 책임 회피 등의 문화적 충격을 이해하고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잠깐 거주하다 가는 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케냐에서 살면서 풀어야 될 숙제인 셈이다.

/유은숙 케냐/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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