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어릴 적 상처는 어디까지 갈까. 작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숀 펜)과 남우조연상(팀 로빈스)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는 인간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가를 잘 말해주는 영화다. 무대는 미국 보스턴 남부의 한 골목.
세 어린이가 하키를 하고 있다. 경찰관 행세를 하는 한 남자가 그 중 한 명을 데려가면서 세 어린이의 인생이 뒤바뀐다. 한 어린이는 강간을 당하고 다른 두 어린이는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세 친구는 25년 뒤 어른이 되어 악연으로 다시 만난다. 지미(숀 펜)의 딸이 살해되고 형사가 된 션(케빈 베이컨)은 수사관으로 파견된다. 지미의 딸을 마지막으로 본 데이브(팀 로빈스)가 피투성이가 돼 집에 돌아오면서 의심을 받고, 세 친구는 막다른 골목에 선다.
딸의 죽음 앞에 미쳐버리는 지미와 지미의 아내 역으로 나온 로라 리니, 그리고 과거 상처에 사로잡힌 데이브의 연기가 가슴을 친다.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뛰어 넘으려는 인간의 몸짓도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만,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보는 이의 마음을 죄는 연출의 힘이 대단하다. 케빈 베이컨이 감독의 낙점을 받기 위해 끈질기게 구애 공세를 펼만 했다. 15세.
■아이덴티티
연쇄살인극 ‘아이덴티티’(Identity)의 비극도 그 뿌리는 어릴 적 상처다. 범인으로 지목된 다중인격자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도망가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아이를 여관에 가두고 몸을 팔았다. 혼자 노는 것에 익숙했던 이 불우한 어린 아이는 자신의 인격을 분열시켜 친구로 삼았다. 영화는 이런 전제를 서두에서 슬쩍 지나치고 말지만 이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의 흡입력은 작년 개봉한 외화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교통 사고와 휴대폰 불통, 도로 유실이 이어지며 오갈 데 없는 여행객들이 한 모텔로 모인다. 화면의 속도감이 엄청나다. 오픈카에서 떨어진 하이힐이 다른 차의 바퀴를 터뜨리고, 바퀴를 교체하던 운전수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건의 연쇄고리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모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도 마찬가지. 범인 호송 중이라는 경찰의 눈빛은 불안해 보이고, 잘난 척 하는 운전사도 수상쩍다. 경찰에 끌려온 범인은 말 할 것도 없다. 과연 누가 범인인가. 외화로는 드물게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감독 제임스 맨골드. 15세.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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