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의 큰 특징은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참모 역할을 해온 법무부 간부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사안을 놓고 강 장관은 송광수 검찰총장과 수차례 조율을 거듭, 인사 원칙면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존중해 조직의 안정성을 깨지 않은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다.인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동기인 사시 17회가 일선에 대거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과 정상명 법무부 차관이 부산·대구고검장을 맡게 된 것을 비롯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임승관 부산지검장, 유성수 대전지검장, 이기배 광주지검장 등이 일선에서 전국 검찰을 지휘하게 됐다. 이로써 사시 17회가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다.
검사장급 승진자 6명은 당초 사시 21회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9회와 20회가 1명씩 포함돼 조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청주대를 졸업한 권태호 안산지청장을 대전고검 차장으로 승진 배치하는 등 지방대 출신을 중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지역안배를 도모하려는 현 정부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대 출신 검사장 배출은 역대 4번째로, 81년 조선대 출신 김양균 검사장, 82년 부산대 출신 김경회 검사장 이후 23년 만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능력 위주의 인사"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서울 지역 4∼5개 대학이 독과점 체제를 이루던 검사장급에 지방대학 출신 간부들의 승진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검장급 승진에서 누락된 사시 15회, 16회 고참 검사장들이 지난 2월 지청에서 지검으로 승격한 재경지검장에 배치된 것도 이례적이다. 법무부는 "지검 승격 초기인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륜이 많은 분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이훈규 서울남부지검장이 대검 형사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지검장의 대검 입성에 대해 강 장관과 송광수 총장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해 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있지만, 강 장관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분석도 있다. 강 장관과 송 총장은 그동안 3차례 회동과 수 차례 전화접촉을 갖고 인사안을 협의한 뒤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에서 함께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안 재가를 받는 등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동안 검찰개혁 등 민감한 사안마다 이견을 노출해온 게 사실이다.
대검 중수부장 물망에 올랐던 문영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창원지검장으로 전보된 것을 두고서도 복잡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을 비롯,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모두 PK(부산·경남)출신이 차지한 상황에서 중수부장까지 PK출신을 둘 수 없어 지역안배 차원에서 역차별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강 장관 측근 인사에 대한 징계 문제를 놓고 문 부장이 강 장관의 뜻을 거스른 적이 있어 눈 밖에 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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