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신도 단체의 강의를 계기로 한국 개신교에서 평신도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는 6월1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화요일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평신도! 대상에서 주체로!'를 주제로 한 강의를 열기로 했다. 평신도의 역할과 지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매우 드문 자리이기 때문에 강의의 내용과 참가 방법 등을 묻는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정연복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목회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평신도가 수동적 존재로 전락하고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위계질서가 형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하관계는 교회평등주의를 주창한 성서의 가르침과 배치될 뿐 아니라 교회 세습, 공금 유용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는 특히 평신도의 참여를 위해 평신도가 설교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교회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평신도 설교가 이뤄지고 있다. 권 교수는 "목회자가 신학 지식과 설교 능력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평신도 가운데도 그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며 "따라서 목사가 설교권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평신도에게도 문호를 개방, 교회의 주체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는 외국도 성직자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한국 교회와 달리 목사 임기제나 중간 신임 등의 제도를 통해 평신도가 목회자 중심 운영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에는 사회 현상이 반영돼 있다고도 분석했다. 교회 세습은 재벌 세습, 성직자의 권한 독점은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 독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이수영 새문안교회 담임목사는 "교회에는 목회자가 할 일과 평신도가 할 일이 분명히 구분돼 있다"며 "평신도는 장로, 집사 등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교회 활동과 운영에 적극적,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신도의 설교와 관련,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설교를 하려면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이해,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신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성직자에 비해 평신도는 그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평신도가 교회 활동을 확장해 나가더라도 설교나 축도는 평신도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인 박천일 목사는 "과거에 비하면 평신도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으며 그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교회에서 목회자와 평신도가 하는 일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평신도가 소외됐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설교를 하려면 일정한 신학 공부를 하고 지식이 있어야 하며 평신도의 설교는 교회 전통과도 맞지 않는다"고 평신도 설교론을 반대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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