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가 26일 올 여름 알 카에다의 미 본토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이 테러 경고 남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특히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정부가 안보 문제를 선거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 문제가 11월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케리 의원은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 유세에서 "우리는 국토 안보를 사진촬영 목적이나 선거용 수사로 이용하지 않는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부시 정부의 거듭되는 테러 경고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과 로버트 멀러 FBI 국장은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몇 달 내 미국을 심하게 때리려는 알 카에다의 구체적 의도를 시사하는 복수의 정보를 입수했다"며 공격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알 카에다 조직원 7명의 명단과 사진을 제시했다.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알 카에다는 새로운 전술 변화에 적응,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족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모집하고 있다"며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에서 수학한 파키스탄 출신의 신경학 박사 아피아 시디퀴(32)를 요주의 여전사로 꼽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다 이슬람교로 개종한 가단이라는 남자 외에 다른 6명은 이름과 사진이 이미 공개된 인물들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두 명의 장관은 또 알 카에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나 행사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6월8∼10일, 조지아주 시아일랜드)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 민주당 전당대회(7월26∼29일, 보스턴) 공화당 전당대회(8월30일∼9월2일, 뉴욕) 등을 지목했다. 톰 리지 국토안보장관은 그러나 "현재 황색의 경계수준을 오렌지 경보로 끌어올리거나 이를 대통령에게 권고할 구체적인 내용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리 의원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본 모든 미국인들은 부시 정부로부터 나오는 심각한 경고와 우려에 휩싸였다"며 "그런 위협은 기차나 화학 시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부시 정부의 실책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시 선거팀의 스티브 슈미트 대변인은 "케리 의원은 선거운동 내내 국토안보를 갖고 정치 놀음을 했다"며 "오늘 그의 공격도 예외가 아니다"고 역공을 가했다.
그 동안 테러 경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미국의 언론들도 부시 정부의 거듭되는 경고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본격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뉴스위크는 26일자 인터넷판에서 "과잉대응인가?"라는 제목 아래 "모든 사람이 이번 경고를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보기관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신문들도 이번 경고가 이라크 정책 등으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임을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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