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러지(allergy)는 이질(異質)이란 뜻의 희랍어 allos와 힘을 뜻하는 energy의 합성어로 이색(異色)작용이란 의미다. 꽃가루나 동물의 털, 세균의 분비물, 화학물질 같은 특정물질이나 음식물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을 이른다. 현대인들은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유해 신물질의 출현과 체질 약화로 각종 앨러지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앨러지를 일으키는 것은 체내에 항체가 없거나 미약하기 때문이다.최근 우리 경제는 심각한 앨러지 증상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 행진과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외부에서 몰아치는 격량에 우리 경제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환율과 물가는 뛴다. 중소기업의 부도소식이 잇따르면서 매물로 나온 공장이나 기계가 넘쳐 난다.
최근의 '트리플 악재'는 우리에게만 닥친 것은 아니다. 세계가 공통으로 맞은 악재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유난히 이들 악재를 못 견뎌 빈사지경에 이른 것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과 증권거래소가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경제긴축 발언 이전과 이후의 주요국가의 미 달러와 대비 환율과 주가의 움직임을 분석해봤더니 환율은 조사대상 15개국 중 호주 다음으로 많이 올랐고, 종합주가지수는 조사대상 12개국 중 대만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고 한다. 우리 금융시장이 '중국쇼크'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는 말이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에도 취약하다. 한국무역협회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가가 5달러 오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55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일 때 중국의 무역수지 감소 폭은 43억달러, 인도는 35억달러, 태국 22억달러, 필리핀 8억달러로 추정됐다.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도 한국이 가장 심각하고 에너지 효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낮다.
2003년 GDP대비 에너지탄성치를 산출한 결과 1.07이다. 에너지탄성치란 에너지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표인데, 1 이하이면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뜻이고 1을 넘으면 효율이 낮다는 뜻이다.
경제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는 태생적으로 앨러지에 취약한 특이체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부족하니 원·부자재를 거의 수입해야 하고, 내수시장이 좁으니 수출에 매달려야 했다. 수출·수입시장 편중, 산업의 편중도 특정 시장이나 산업분야의 움직임에 사활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자조했다. 저임금에 매달리다 치솟는 임금을 견디지 못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 국내 산업공동화를 초래했고 원천기술이 없어 해외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독자적인 브랜드나 시장을 가질 수도 없었다.
이런 허약체질의 우리 경제가 지금 중국이라는 풀기 어려운 화두와 맞닥뜨렸다. 지난해부터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대중 수출은 151억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53.1% 증가했다. 올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7%로 높아졌다. 휘청거리는 우리 경제를 수출이 겨우 버텨주고 있는데 그 수출을 중국이 이끌어주고 흑자도 내주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개발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을 때다. 무협은 2011년쯤 대중국 교역이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의 수출붐도 2∼3년이면 시들해지면서 우리 시장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경제대국 틈에서 고사위기를 피할 수 없다. 기업이나 정부 모두 허약한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대책이 절실한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상상을 뛰어넘을 중국 충격에 견딜 대책 마련이 최우선이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