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주역인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27일 부산고검장 승진 발령이 나자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검 주변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파헤쳤다가 '영전성 좌천'을 당했다"거나 "반쪽짜리 영전"이라는 말이 무성하다.그동안 안 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고검장, 법무차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이중 대국회 관계 등이 걸려있는 차관은 안 부장이 "권력비리를 수사한 직후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일찌감치 고사했다. 남은 두 자리중 안 부장은 "수사를 더 하고 싶다"며 내심 서울중앙지검장을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막판까지 안 부장을 밀었지만 결국 강금실 장관의 참모인 이종백 검찰국장이 차지했다.
안 부장의 고검장 승진은 일단 그동안의 수사 노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검은 주로 송무 기능을 맡고 있고, 수사는 지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고검장 승진은 안 부장으로서는 '수사검사 생활 27년'을 마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안대희에게 다시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며 '검사 안대희'를 경계하는 여야 정치권의 기류도 일정 부분 작용한 듯하다. 안 부장은 검찰 바깥에서 자신의 인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을 전해듣고는 "무서운 검사가 많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뼈있는 한마디로 웃어넘긴 적도 있다. 결국 성역없는 원칙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은 안 부장이지만 정작 조직내 인사에서는 여러 한계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한편 안 부장과 함께 문효남 수사기획관이 검사장으로 승진, 대구고검 차장으로 영전하고 남기춘 중수1과장도 다음달 이동이 예상됨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3월초 수사팀이 사석에서 "수사가 끝나면 모두 (수사권이 없는) 고검에 갈 것"이라고 했던 농담이 절반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