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상승세로 US오픈 16강의 영광을 재연한다.'이형택(28·삼성증권)이 메이저 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로 3회전에 진출, '제2의 전성시대'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이형택은 27일 저녁 (한국시각) 파리 롤랑가로에서 열린 2004프랑스오픈테니스 남자단식 2라운드에서 올리비에 파티앙스(랭킹 99위·프랑스)를 3―0(6―4 6―4 6―3)으로 완파,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올랐다. 상금도 이미 5,031만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형택이 메이저 대회 3회전에 진출한 것은 2000년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이형택은 29일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카롤 쿠세라(슬로바키아)전 승자와 16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만 해도 이형택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 2월말 결혼 이후 감기 몸살 등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고, 연습량도 충분치 않았던 것. 더욱이 최근 투어 불참으로 세계 랭킹이 123위까지 하락, 본선 직행 티켓을 얻지 못한 이형택은 이번 대회 예선 3차전에서 리카르도 멜로(브라질)에 패하는 바람에 '럭키 루저'(결원에 따른 본선 합류) 자격으로 천신만고끝에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본선 1회전에서 승리를 챙겨 자신감을 회복한 탓인지 이형택은 이날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2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던 1회전 때와는 달리 경기 초반부터 위력적인 서비스와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 주도권을 잡았다. 한마디로 스트로크 하나 하나에 힘이 실려 있었다.
이형택은 이날 1세트에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기선을 제압한데 이어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착실히 지켜 6―4로 따내며 기선을 잡았다. 승부처는 2세트였다. 이형택은 파티앙스와 서비스게임을 주고받는 시소게임을 벌인 끝에 게임스코어 5―4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맞았지만 오히려 0―40으로 뒤져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침착한 플레이로 연속 포인트를 잡아내며 6―4로 승리,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났다. 이형택은 마지막 3세트 3―3상황에서도 상대의 서비스게임을 2차례 연속 따내며 1시간48분간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로딕·에넹 2회전 탈락
이에 앞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2번 시드의 로딕(미국)은 이날 새벽 열린 대회 2회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계 랭킹 125위의 무명 올리비에 무티(프랑스)에 2―3(6―3 3―6 7―6<5―7> 3―6 2―6)으로 패했다.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로딕은 2002년과 지난해 1회전 탈락에 이어 올해에도 클레이코트에 취약한 면을 드러냈다.
여자부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톱시드 쥐스틴 에넹(벨기에)이 세계 86위의 무명 타티아나 가르빈(이탈리아)에 0―2로 져 최대이변으로 기록됐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6주간 투어를 쉰 탓에 1회전에서도 고전했던 에넹은 이날 잦은 실수로 무너졌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