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치솟을 것인가.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비관적 예측도 만만치 않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중동발 '3차 오일 쇼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현재 유가 급등은 1970년대 석유 파동과 달리 공급 한계와 수요 급증에 직면하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 세계의 원유 증산 여력은 하루 250만배럴이지만 수요도 2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정상적인 수급 상황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유전 발견이 쉽지 않은 데다 선진 기술로 석유를 뽑아내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원유 선물시장에 유입된 투기 자본이 고유가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투기 자본이 배럴당 4∼5달러씩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선물시장 참가자의 30%가량을 투기세력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원유 선물시장 자체가 석유 가격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과 최근 석유 시장은 선물이 현물을 뒤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 지는 모르지만 국제적인 저금리로 엄청난 금융자본이 선물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보면 투기세력이 비대해 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사우디가 하루 최대 200만배럴의 증산을 밝혔지만 유가 급등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는 당장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높은 국제 유가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하면서 올 1·4분기 실질무역손실이 7조7,000억원에 달해 2년 전의 5.5배에 이르렀다. 반도체 철강 석유제품 등 수출품 가격에 비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등의 수입가격이 더 크게 상승함에 따라 교역조건이 나빠졌고 이는 고스란히 실질무역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 이런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석유수입 5개국이 정부간 실무회의를 설치키로 했다. 고유가에 따른 경제 악영향을 완화하고 석유 생산국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다. 아시아 프리미엄, 석유 공동 비축, 에너지 환경규제 등 문제를 수입국 입장에서 다룰 것이라고 한다. 1차 회의는 연내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유 가격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외적 요인이라고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끼리 뭉쳐 대처하면 의외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기대를 해 본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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