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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최진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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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최진실의 딜레마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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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이 전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 방송가에서 나오고 있다. 그가 주인공 미연으로 출연하는 MBC 주말드라마 '장미의 전쟁'의 인기가 시들해서다. 조성민과 결별하고, 1년 5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그는 여러 이유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트렌디 드라마의 원조 격인 MBC 드라마 '질투'에서 호흡을 맞췄던 최수종과 12년 만에 부부로 출연하고 자타공인 라이벌인 채시라와 같은 시간대 주말드라마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그랬다.하지만 '장미의 전쟁' 종방을 2주 앞둔 현재 결과는 기대 이하다. 시청률만 봐도 경쟁작인 KBS 2TV '애정의 조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만들어진 이미지에 어림 짐작으로 주부 역을 연기한 미혼 때와 달리, 경험이 녹아있는 생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당초 그녀의 다짐과는 동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순둥이 수철과 부부싸움을 벌여 결정적인 훅을 날리는 '악처'를 연기할 뿐이다.

'장미의 전쟁'에서 잘 나가는 의사 미연(최진실)과, 무능력하고 툭 하면 사고 치는 수철(최수종)이 벌이는 부부 갈등은 영화 '마누라 죽이기'의 재판(再版)이다. 코믹 요소는 빠졌지만 매사에 완벽한 아내와 엄처시하의 탈출을 꿈꾸는 남편의 일탈을 그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일하게 차별화를 이룬 부분은 마누라 뺨치는 장모 허영심(윤여정) 여사가 등장해 이유 불문하고 사위를 괴롭힌다는 것.

그게 작가 잘못이지 최진실 탓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미의 전쟁'의 실패를 가만히 살펴보면 근본적으로는 '최진실 인기 패러다임'의 한계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매사에 똑 소리 나지만 결코 얄밉지 않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 혹은 아내'를 연기할 때 최진실은 적어도 행복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필두로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에서 그랬고 영화 '고스트 맘마' '마누라 죽이기'에서 그랬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정체성을 뛰어넘으려는 순간 늘 무너지고 말았다.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나 '단적비연수'가 대표 케이스다.

최근 최진실이 겪은 두 개의 실패 사례는 이 공식에도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그대를 알고부터'(2002)를 통해 최진실은 더 이상 '사랑스러운 여인'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날라리 스포츠지 기자 조기원(류시원)의 사랑을 받는 조선족 처녀 옥화 역은 아무래도 30대 중반의 그녀에게 무리였다.

그렇다면 '장미의 전쟁'에서 그녀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사랑스러운 아내' 노릇도 힘에 부쳐 보이기 때문 아닐까. 그녀가 악에 바친 듯한 표정으로 남편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거나 울고 짜는 모습은 더 이상 유쾌하거나 귀엽거나 발랄하지 않다. 연기자 최진실이 진퇴양난의 난관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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