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단 책임자를 비롯한 남북경협사업 담당자들이 현대아산 관계자들과 함께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쌭) 경제특구 등을 시찰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북측 대표단의 이번 방중은 개성공단 사업의 남측 파트너인 현대아산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 등 남북경협의 성공을 바라는 북측의 기대와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이와 관련, 상하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금강산총회사, 개성공업지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 남북경협사업의 북측 책임자급 관계자 7∼8명이 25일 상하이를 방문했으며 이후 선전 경제특구도 둘러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현대아산측은 이날 "심재원 개성공단 담당 부사장, 육재희 상무 등이 북측 대표단과 동행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북측이 이번 방중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지금은 보다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측은 다만 "이번 방중은 남북경협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 대표단은 31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장장(長江) 하이테크 단지와 푸둥(浦東)의 주요시설은 물론 인근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소재 한국기업 등을 방문한다. 또 홍콩의 화교자본이 대량 유입돼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남부의 선전 경제특구도 북측 대표단의 시찰대상에 포함돼 있다.
상하이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방문했을 당시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곳이고 선전 특구는 남측 자본이 집중 투입되는 개성공단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북측 대표단은 또 선전 방문 기간중 공단시찰 뿐 아니라 선전―홍콩 출입국 관리제도도 면밀히 파악, 개성 및 금강산 특구지역에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의 이번 방중은 지난 달 김정일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에 뒤이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보일 변화의 폭과 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성공단은 침체된 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 경제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어 북한 대표단의 '방중 학습'은 개성공단의 미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선봉 지구, 신의주 특구가 실패한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북측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배수의 진이나 다름없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북한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보다 과감한 개혁·개방으로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업계 소식통은 "북측이 현대아산의 중국시찰 제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는 북측이 개성공단 등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상하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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