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일이다. '25시'의 작가 콘스탄틴 버질 게오르규(루마니아 태생)가 한국을 방문해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그때 그는 자기가 보기에 한국은 분명 미래의 희망 속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의 심성 안에는 오리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 안에도 오리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할 때에도 서로 오리가 되자고 약속합니다."그러자 청중 속에 작은 소요가 일었다. 대체 저 분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마음 안에 무슨 오리가 있다는 거야? 그런 웅성거림과 상관없이 게오르규는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한국의 결혼용품에도 오리를 닮거나, 오리를 그린 물건이 많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들고 강단 쪽을 향해 소리쳤다. "통역 선생님. 오리가 아니라 원앙 같은데요." 그러자 청중들 모두 '아, 그런 뜻이구나' 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자는 뒤늦게 얼굴이 벌개져 "원앙도 오리"라고 했지만, 사전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그러나 그것은 쥐와 고양이만큼 다르다. 궁극적으로 뜻이 통하고 통하지 않고의 차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다음 그 학생은 작가가 되어 길 위에서 이 이야기를 한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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