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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성급 회담/군사회담 격상…긴장완화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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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성급 회담/군사회담 격상…긴장완화 물꼬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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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26일 개최된 남북 장성급 회담은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 이후 첫 군 고위 당국자간 공식 대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경제협력 분야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던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양측은 이날 군사분야 핵심 의제인 군비통제보다는 수위가 낮은 꽃게잡이철 무력 충돌 방지를 최우선 의제로 정했다. 양측이 수석대표를 모두 해군 제독으로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측은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등 5∼6월 꽃게잡이철에 두 차례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무력충돌을 경험했던 만큼 '발등의 불'인 서해상에서의 우발충돌 방지를 디딤돌로 장성급 회담을 정례화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서해 함대사령부간 직통전화(핫라인) 개설, 경비함정간 공용주파수 설정 및 운영 등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남북 당국의 추적을 피해 NLL 선상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는 중국 등 제3국 어선 단속과 관련한 정보교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북측에 전달했다. 불법조업 단속 중 불가피하게 NLL을 넘는 경우 우발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회담 결과를 놓고 남북이 원칙론이기는 하지만 서해상 긴장완화에 서로 공감을 표시하고, 상호 제안내용에 대해 1주일 후 열릴 2차 회담에서 다시 협의키로 하는 등 첫 만남에서부터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장성급 회담이 1회성 행사가 아니라 연속성을 갖게 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측이 서해상의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측 각론에 대해 원론적인 공감만 표시한 채 "전선지역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선전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종전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북측이 국빈급 영접시설인 금강산 초대소를 회담 장소로 택하는 등 이번 회담에 대해 각별한 성의를 표시함으로써 향후 회담 전망이 밝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972년 준공된 금강산 초대소는 98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접견했던 곳이다. 북측은 회담 전날까지도 회담 장소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대령급 군사실무회담보다 한 단계 격상된 장성급 회담을 성사시킨 자체가 성과"라며 "이번 회담이 '징검다리'가 돼서 2차 국방장관 회담 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 회담 안팎

안익산 대표단장 등 북측 대표단은 회의 시작 10여분 전인 오전 9시50분께 회의장 입구에 일렬로 서서 남측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등 영접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양측은 본격적인 회담 시작에 앞서 약 10분간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북측 안익산 소장(우리 준장에 해당)은 먼저 "회담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어제 평양에서 출발했다"면서 "주인이 먼저 와 손님을 맞는 게 조선사람의 예법인데 혹시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사분계선을 넘어 여기까지 오는데 먼지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새로 만들고 있는 시설(도로)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남측대표단이 오기 전에) 먼지가 나지 않도록 관계자들이 물을 뿌렸다. 돌아가실 시간에 맞춰서도 물을 뿌리겠다"고 말하는 등 남측대표단을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측 수석대표인 박정화 준장이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대표인) 유영철 대좌는 얘기를 들어서 안다. 아는 사람이 많아서 회담이 잘 되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자 유 대좌는 "나와 문 대령(문성묵)이 단장(군사실무회담 대표)을 내놓았으니 단장님들끼리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농담이 섞인 주문을 했다. 이에 안 소장은 "구관을 노엽게 하지 말란 말이 있다. 마음속으로 존대해주자"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박 준장은 "남쪽은 지금 모내기 철로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데 북쪽은 어떤가"라고 묻자 안 소장은 "우리다 같은 민족 아닌가"라고 답했다.

박 준장이 이어 "저희 측에 오시면 잘해드리겠다"고 말하자 안 소장은 "오늘 토론이 잘돼야 귀측에도 가지요. 민족이 바라는 바가 큰데 장성들이 처음 만난 만큼 잘해 봅시다"라고 화답했다. 안 소장은 또 남측 대표단 책상에 놓인 두터운 회담 준비 서류철을 바라본 뒤 "남측이 가져온 보따리가 너무 크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북측은 회담 테이블 중앙에 각각 수석대표가 앉도록 하고 그 옆에 그간 남북 군사실무회담의 실무대표로 서로 익숙한 문성묵 국방부 대북T/F팀장과 북한의 유영철 대좌를 배치시켰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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