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이라던 예상이 사실상 빗나간 데다 부동산시장 급랭 조짐, 투자와 소비 부진의 장기 고착화, 대외 경제여건의 악화 등이 겹치면서 하반기 경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회복 조짐이 극히 미약한 데다 고유가-중국 쇼크-미국 금리인상설 등 해외 3대 악재가 닥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흐름을 낙관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물가도 들썩이고 정치불안 역시 가시지 않고 있으며, 하반기엔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급랭 가능성
최근 들어 주택거래신고제 등의 여파로 거래가 위축된 강남지역 집값이 연말 께 폭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등 하반기 부동산시장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구는 지난해까지 신규 주택공급분(입주 기준)에서 재건축 등으로 인한 멸실 주택수를 제외한 순공급분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순공급 주택수가 1만2,000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종 투기억제책에 이어 공급초과까지 겹치면서 올 하반기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정밀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최근 매매가격에 선행하는 전세 값이 일부 지역에서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지난해 강남구의 입주물량은 2,827가구, 멸실물량은 5,120가구로 순공급이 마이너스 2,293가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입주 5,708가구, 멸실 4,324가구로 순증가분이 1,384가구로 집계됐다.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 내수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까지 수출과 함께 경기를 지탱해온 건설투자가 위축되면 하반기 경제는 쉽게 풀리기 힘들어진다.
투자·소비 회복도 요원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하반기 건설이 위축되겠지만 기업투자가 이를 메워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총리는 그 근거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조정압력(생산 증가율-생산능력증가율)이 1월 1.2%포인트, 2월 12.8%포인트, 3월 8.5%포인트로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올라가도 여전히 투자 움직임은 저조하다"며 "투자부진은 단순한 불확실성 탓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기회가 추세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배드뱅크'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침체가 쉽기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각종 투자 활성화조치를 쏟아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며 "정책의 약효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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