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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정신장애, 이제 터놓고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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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정신장애, 이제 터놓고 이야기하자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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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진단서 회사에 낼 건데…. 병명을 우울증 대신 두통이라고 해주시면 안되나요?" 정신과에서 흔히 겪는 안타까운 상황이다.2001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일생 정신장애에 걸릴 가능성은 불안장애 8.8%, 우울증 4.6%, 정신병 1.1% 등 모두 12.7% 정도이며, 지금 바로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7.3%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확률상 누구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최소한 한 명은 정신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주변에는 정신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정신장애라고 하면 모두 심한 정신병만 떠올린다. 걸린 사람이 뭔가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것이라고 백안시한다. 한편으로는 웬만한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우울증은 다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스스로 마음만 잘 다스리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병을 잘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더라도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이며, 결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고통스럽더라도 가족이나 친척에게조차 숨기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꼭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발견이 늦어지고, 치료가 늦어진다. 급한 불만 끄면 치료를 회피하게 되어 자꾸 재발한다.

결국 학업과 직장생활, 결혼생활과 자녀 양육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사회경제적 손실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한참 일할 나이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위 20대 질환 중 우울증, 조울병, 정신분열병, 공황장애 등 정신장애가 6개나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정신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모두가 서로에게 감추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정신장애가 없는 것처럼 되어 있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나와는 무관하다고 끝까지 주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정신장애는 점점 늘어나고 방치되어 있다.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신장애임을 감출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내 가족에게 돌아온다. 모두가 같은 입장이다. 그러니 이제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자. 우리 가족과 사회를 심각한 정신장애의 위험과 부담으로부터 지켜주는 첫걸음은 여기서 시작된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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