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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105>겉과 속 다른 나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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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105>겉과 속 다른 나무·사람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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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산에 다녀왔습니다. 어디 있는 산이냐구요? 강원 인제군에 있는데 너무 오지여서 일반 등산로로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깊고 깊은 산이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에서 멀어진 만큼 깨끗하고 아름답지요.산의 무게만큼 값진 식물이나 곤충들, 혹은 지의류들을 만났습니다. 조사하는 데 고생은 좀 했지만 숱한 나무와 풀,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진 자연을 만나며 일행들과 함께 마음과 지식을 나눈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자연이 더 소중한 걸까요, 아니면 사람이 더 소중한 걸까요? 언제나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저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더 소중합니다. 같은 자연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연은 더욱 아름답고 의미 있으며, 오늘 우리가 이 자연을 아끼자는 것도 결국은 그 자연을 후손 대대로 우리 인간이 누릴 수 있도록 보전하자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번번이 아픔을 느끼는 것도 그 소중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겉과 속이 달라 나중에 실망하는 경우 훨씬 큰 아픔으로 남습니다.

나무도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외풍을 견뎌야 하는 거친 겉 껍질이 그 속과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같은 줄기의 속도 안쪽과 바깥쪽이 다릅니다. 우린 이를 각각 심재(心材)와 변재(邊材)라고 부르지요. 나무마다 다 다르지만 심재는 세월의 깊이에 따라 오래오래 굳어서 단단해진 부분입니다.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는 주목은 줄기가 붉어 주목(朱木)인데 그 속은 더욱 붉지요. 황벽나무는 황경피라는 생약명을 가지고 있는데 나무 겉은 연한 회색이지만 속껍질은 아주 다른 진한 노란색이어서 약이나 염료로 이용합니다.

가장 심한 경우는 감나무입니다. 심재 부분이 아주 검은색이 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먹감나무라고도 하지요. 전통공예에서 장을 짤 때 까만 무늬는 바로 이 부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요.

나무와 사람의 '속 다르고 겉 다르기' 가 차이가 나는 것은 나무의 다른 속은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그 나무의 특징이 되는 동시에 굳고 단단하여 가치를 높여가는 반면, 사람의 이런 모습은 불신과 상처를 준다는 점입니다.

나무보다, 나무들이 모인 숲보다, 숲까지 어우러진 자연보다 더욱 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나무보다 못해서야 될까 싶습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ymi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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