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은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노 대통령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개혁은 계속 추진하되 풀어야 할 규제는 과감히 풀겠다고 약속했다. 재계는 소모적 다툼을 끝내고 화합·상생의 국가운영을 당부하며 올해 안에 지난해보다 12조원 늘어난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정부의 규제 완화와 재계의 투자확대 계획은 신속히 실천으로 옮겨져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다.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맥을 못 추는 것은 말로만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외쳤지 제대로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재계가 약속한 투자를 한다면 얼마든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동이 재계와 정부 간의 갈등과 앙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대통령이 과연 경제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대통령은 기업인의 애국심과 사명감을 강조하고 최근 제기되는 경제위기론을 왜곡된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재계의 입을 막았다. 청와대는 회동의 성격을 실질적으로 문제를 찾고 풀어가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방통행식이 된 것이 아닐까.
경제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대부분 경제관료나 비서관에 의해 형성될 터이다. 경제관료들이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대통령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재계 총수나 중소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직접 현장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올바른 경제인식을 갖기 위함이다. 이번 회동도 그런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총수들은 할 말을 못했다. 대통령은 말을 더 아끼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