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소유하고 있는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히고 연금식으로 생활비를 대출 받는 역(逆) 모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거주하는 김모(64)씨의 사례를 통해 역모기지 상품 이용에 대해 살펴 보자.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1998년 명예 퇴직을 한 김씨는 퇴직금으로 건강 식품을 판매하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지난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김씨 부부는 자녀들의 형편도 넉넉치 않아 내년부터는 정부에서 출시할 예정인 역모기지를 이용해 생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동부이촌동 아파트 매매 가격은 5억원. 아직 세부적으로 역모기지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미국의 경우 62세 이상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고, 집값의 50% 정도를 매월 연금식으로 나눠 받는다. 김씨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가 5억원인 만큼 10년 동안 나눠 받는다면 매월 208만원(2억5,000만원/120개월)씩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연금지급액은 대출 받는 노인의 연령과 건강 상태, 예상 생존 기간 등과 대출비율(LTV)를 감안해 결정된다. 김씨의 경우에도 연금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면 연금액은 104만원으로 줄어들고, 7년으로 단축하면 298만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다 지난 경우. 집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금융기관은 집을 팔고 남는 돈을 김씨에게 돌려준다. 대출을 받은 뒤 집값이 상승했다면 이미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오른 집값을 기준으로 다시 대출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연금 기간 중 이사를 가야한다면 대출금을 모두 갚고 집을 옮길 수 있다. 만약 연금 기간 중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 대출금을 상환한 자녀가 우선해서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역모기지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대출 금리는 모기지론과 마찬가지로 확정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연 5%대 후반이고, 모기지론 금리도 6.7%인 점을 감안하면 역모기지론 금리는 이보다 낮은 5%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역모기지의 성공 가능성을 아직 점치기는 이르다. "굶어 죽지 않는 한 최소한 집 만큼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인식이 워낙 강해 섣불리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대출 받겠다고 나설 이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퇴직금, 사적 연금 등 노후 보장 체제가 아직 미흡한 우리나라에서는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역모기지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지난해 상반기 한 기관에서 전국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노인성 치매에 걸릴 경우 국가 요양 시설에 맡길 것이라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20대 응답자는 61%에 달했다. 노후 생활을 자식에게 의지할 생각을 했다면 일찌감치 접어야 할 판이다.
역모기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출 금리를 낮추고 담보 비율을 늘려야 할 것이다. 역모기지를 이용할 때 부담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자녀들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역모기지가 아직 미흡한 공적 노후 보장 체제를 보완하는 노후 대비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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