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캐디에서 대통령 후보의 그림자 비서로'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5일 정치에 지극히 무관심한 골프 캐디였던 마빈 니콜슨(32)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에겐 없어서는 안될 수석 수행 비서(Chief of Stuff)가 됐다고 소개했다.
니콜슨이 처음 케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8년. 캐나다 밴쿠버 출신인 그는 당시 집을 떠나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의 윈드서핑 용품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 때 케리에게 윈드서핑 보드를 배달하고 그와 함께 윈드서핑을 하게 됐고 니콜슨과 케리는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친해졌다. 이듬해 여름에 니콜슨은 케리의 골프 캐디가 됐고 이후 그는 케리의 신뢰를 얻어 운전까지 맡는 그림자 비서가 됐다. 그 때까지 니콜슨은 단 한번도 투표를 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선거운동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는 케리 후보를 밀착 수행하는 니콜슨은 항상 두 개의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이 안에는 케리의 갈증에 대비한 물, 사인에 필요한 펜, 감기약, 붕대, 우표, 바느질 도구와 마른 편인 케리의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는 음료수도 들어있다. 이런 물품을 항상 휴대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시종에서 비서, 재봉사 등 케리에게 필요한 모든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케리 후보를 깨우고 18시간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 뒤 잠자리에 들도록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니콜슨은 케리의 친구 역할도 한다. 케리는 하트게임을 통해 긴장을 풀거나 산악 하이킹을 즐길 때 니콜슨과 함께 하자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니콜슨은 "케리와 함께 했던 순간 중 지난 3월 그와 함께 록키산맥에 올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선 캠프의 다른 활동가들이 1월19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했을 때를 일순위로 꼽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케리가 니콜슨을 자신의 선거 운동 진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은 몸을 사리지 않는 충직함 때문이다. 혹독한 겨울에 감기약이 필요할 때 다른 보좌진들은 밖에 나가기 꺼려도 니콜슨은 군말 없이 약을 사온다. 케리는 "니콜슨은 단순히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그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고 대선 캠프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케리를 수행하면서 유명세를 탄 그는 아직도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그는 "대통령과 세계 제1의 프로골퍼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넘버원 골퍼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