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이 25일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역할 및 운용에 관해 우리 언론에 밝힌 내용은 여러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의 회견은 언뜻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 운용 방침을 설명, 한미동맹과 안보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해소하려는 배려로 비친다. 그러나 한미연합군의 동북아 평화유지작전 투입 등 한미동맹의 본질에 관한 중대사항까지 언급한 것은 놀랍다. 사안 자체가 연합사 참모장이 언급할 수준을 넘어서지만, 우리 정부 아닌 미군쪽에서 처음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신속대응군 또는 기동군으로 개편될 주한미군을 전 세계 우발상황에 언제든지 투입한다는 것은 예상한 변화다. 그러나 여기에도 안보우려와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한미 군사동맹의 기본임무가 한반도 안보에 있다면, 주한미군이 한국을 중간기지 삼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은 우리 주권과 이익에 반할 수 있다.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갖도록 합의했다지만, 주변국 관계 등을 고려해 그 한계와 우리 정부의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층 문제되는 것은 미국의 전략변화에 맞춰 한미연합군의 작전영역까지 한반도 밖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는 군사동맹의 성격과 임무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장기적 국가전략이 걸린 문제를 미군 관계자가 일방적으로 거론한 경위를 헤아리기 어렵다.
이 회견에 담긴 미국의 의도를 따지기에 앞서, 그 배경에 대해 정부가 알고 있는 것과 입장부터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미군 감축과 안보 영향을 논란하는 데 매달린 사이, 나라의 위상과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가 국민도 모르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 중대한 국가적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사회 전체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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