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4·15총선 때 약속했거나 총선이 끝난 뒤 민의수렴 과정에서 다짐한 정치개혁이 별다른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진한 정치개혁을 가속화하라는 민의를 충실히 받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또 다시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백가쟁명식으로 분출했던 정치개혁 주장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던 것과 비슷하다.17대 국회 개원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당과 국회를 환골탈태 하겠다는 소리만 요란할 뿐, 정치권의 관심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감투에 가 있다. 어느 실세가 무슨 장관을 차지하고, 국회직을 어떻게 안배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만 무성하다. 약속대로라면 개원국회에서 추진할 정치개혁의 구체적 프로그램이 지금쯤 제시돼야 한다. 선거공약으로 걸었던 국민소환제와 면책특권 및 불체포 특권의 합리적 제한, 지구당폐지의 실천방안과 중앙당 줄이기와 원내정당화 추진의 청사진 등이 아직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시간에 쫓김이 없이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구를 미리 획정해 놓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현실적 이유로 지구당 폐지를 백지화하자는 반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위헌소지가 있음을 들어 국민소환제 도입이 어렵다고 하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의 제한도 힘들다는 주장이 나온다. 크로스보팅 강화 등 당내민주화 추진은 당 헤게모니 장악을 노리는 세(勢)각축에 묻혀버렸다.
여야는 17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 있다. 상임위 조정과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등 감투싸움만 할 게 아니라, 국민에 약속한 정치개혁도 협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17대 국회 초반에 약속한 정치개혁을 마무리하자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빠르지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