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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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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

입력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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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연방 터졌다. 무대 위 2층에 자리한 악사들을 향해 아이들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다. 물을 채운 와인잔을 실로폰처럼 두드리거나, 입으로 부는 악기 카주와 멜로디 혼으로 소리를 낼 때마다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초등학교 3학년인 민호(배성우)와 뭉치(김우경), 그리고 유치원생 슬기(김은영)가 노래 '테레비짱'을 부를 때 아이들은 스스럼 없이 함께 손 잡고 온 부모들과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극단 학전의 김민기가 '의형제' 이후 6년 만에 들고 나온 신작인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는 흥겨운 선율이 귀에 쏙쏙 꽂혔다. 매 맞는 아이, 학원을 하루에 12군데나 다니는 아이, 밤이 무서워 혼자 잠 못 드는 아이, 텔레비전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늘 입에 CF 노래를 달고 사는 아이…. 그들의 일상과 고민도 관객인 어린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지하철 1호선'을 함께 만든 작가 폴커 루드비히·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작품인 '우리는 친구다'(원제 '막스와 밀리')는 어린이와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

자잘한 에피소드 하나에도 신경을 써 현실감을 높였다는 게 무엇보다 '우리는 친구다'의 장점이다. 민호와 슬기 남매가 2층 침대의 위칸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장면을 보자. 엄마의 등쌀에 1층 침대로 내려온 민호가 '난 아래가 더 좋아'라고 능청을 떨면서 슬기를 1층으로 내려오게 만드는 대목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립형 2층 침대를 놀이터로 전환하는 무대장치도 신선하다. 판타지가 아닌 일상에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과정, 서로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가며 친해지는 부모와 아이들을 극단 학전은 정직하게 그렸다. 콘트라베이스,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한 라이브 음악과 아이들의 고민을 담아낸 노래도 아이들에겐 좋은 자극이 될 듯하다. 섣부른 교훈이 아닌 즐거운 자극이야말로 어린이극이 갖춰야 할 미덕이 아닐까. 6월13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만4세 이상.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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