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나 사진에 나오는 요트는 참으로 멋져 보인다. 잘 다듬어진 남녀와 음악과 아름다운 바다 경치가 어우러져 나오면 요트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트를 타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요트에 호기심 내지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 실제 요트를 타고 조금 높은 파도에서 흔들림을 당하면 십중팔구 요트 타기를 피하려고 한다.세상에서 멋져 보이는 것들도 흔들리는 배를 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같이 놀아주기를 좋아한다. 장난감이 많을수록 좋다. 어른들도 게임을 좋아한다. 세상살이에서 경쟁은 '놀이'나 '장난', 또는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내가 남보다 높이 오르려고 하면 남들이 나를 그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흔들어댈 것이다. 높이 오를수록 그 흔들기의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지켜보면서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지 관찰하고 사소한 실수가 있을 때 가차없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고 치자.
그들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하거나 원망한다면 나는 바보다. 흔들기는 게임의 기본인데 게임 파트너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게임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폭풍이 몰아치고 산과 같은 파도가 배를 밀거나 부딪칠 때 배는 이리 엎어지고 저리 자빠지기를 계속하지만 그 때 바다는 평소에 보여 주지 않던 묘기를 부리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선사한다.
비행기 아래 깔려 있는 솜털 바다의 구름에 뛰어 내리고 싶듯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넘실거리고 뒹굴며 춤추는 바다와 같이 놀고 싶다. 바다에게 여러 가지 포즈를 요구하면서 비디오나 사진도 찍고 싶다.
그러나 나는 높은 파도가 밀어닥칠 때 한 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다. 파도를 피해서 도망치느라고 시간과 힘도 없었지만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바다가 나를 건방지게 생각해서 잡아 삼켜 버리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 강동석씨가 항해기에서 "바다의 무서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재앙을 만나게 된다"는 바다 사람들의 믿음을 알려 줬던 연유도 있다.
바다의 얼굴은 다양하다. 비단같이 잔잔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다. 그 위에 미풍이 불면 작은 파도의 무늬가 끝없이 펼쳐진다. 어느 화가가 저처럼 넓은 화폭을 준비할 수 있으며 어느 사진가가 저처럼 큰 사진을 인화할 수 있겠는가. 오직 바다만이 저 같은 크기의 예술품을 만들 수가 있다.
폭풍 때나 무풍 때의 바다 몸짓이 다같이 아름답다. 오래오래 감상하고 싶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폭풍은 "더 강해져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낳고, 무풍은 "우리를 장기간 이곳에 가두어 두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낳는다.
한편으로는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에 오래 있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든지 빨리 바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육지에 가서 목욕하고 편안히 자고 싶다. 바다에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과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겹치는 것이다.
이번 태평양 횡단은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 (주)영조주택 윤호원 회장님,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큰스님,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 구인회장 삼지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보광 스님, 이화여대 오선주 교수님, 인터나루의 양영채 사장님 등 후원과 협찬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애독하고 성원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 드린다.
협찬:(주)영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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