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소하기 전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수사기록을 보여주는 등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서울고법 민사9부(박해성 부장판사)는 25일 자살을 강요한 혐의(자살교사 미수)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조모(49)씨 등 2명이 "공소가 제기되기도 전에 경찰이 피의사실을 알려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2,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1심과 달리 2심은 "피의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반인륜적 범죄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었다.
재판부는 "충분한 증거 없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수사 초기 단계에서 수사기록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피의자 인터뷰를 허용한 것은 공식절차에 의한 발표로 볼 수 없다"며 "하루빨리 국민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발표는 국민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에 한해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결과 발표 권한을 가진 사람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법 126조는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처벌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기자가 취재로 알아낸 사실을 검찰이 소극적으로 확인해줬다면 피의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쉽게 제한돼서는 안된다"며 국민의 알권리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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