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종욱(59) 사무총장은 25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WHO 본부에서 예산의 40%를 사용하는 등 예산 분배에 문제가 있었다"며 "올해는 본부가 30%만 사용하고 나머지 예산은 각국의 빈곤한 지역 의료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총장은 WHO의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비대해진 중앙본부 조직과 구성원을 축소하고 재정을 세계의 빈곤 지역에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공룡'으로 인식돼온 WHO를 조류독감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같은 신종 질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후천성면역겹필증(AIDS) 치료와 예방에 대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것도 이 총장의 역점 사업. 2005년까지 개도국의 에이즈 환자와 감염자 300만명에게 치료제를 투여해 환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것이 그 골자. 1년에 40억달러나 소요되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총장은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을 돌며 기부금을 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 캐나다가 7,0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모두 1억4,000만달러의 종자돈이 마련됐다.
그는 또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소아마비도 임기 내에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WHO의 이같은 사업이 회원국이나 세계적 규모를 가진 기업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그는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 고베철강 등이 WHO에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면서 "국내 정치가 투명해지고 있는 만큼 우리 대기업도 정치자금 대신 인류를 위한 보건사업 기부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도 자신 명의로 된 집이 없어 임대주택에 살며 대기환경 보호를 위해 전기와 가솔린 겸용의 소형 하이브리드카를 몰고 다니는 이 총장은 의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의대를 많이 가는데 돈 때문이라면 차라리 사업가의 길을 걷는 게 낫다"면서 "달콤하고 안락한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 언젠가는 세계기구 총장도 되고 노벨상도 받게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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