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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의 '영어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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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의 '영어 짝사랑'

입력
200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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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다 죽이는 영어표기 버스디자인 다시 만드시오." "도대체, 여기가 서울입니까, 뉴욕입니까…."요즘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은 서울시의 '영어사랑'에 반감을 드러내는 글들로 가득하다. '하이 서울' '레드 페스티벌' '테이스트 서울' '레드 버스' 등 시내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영문표기들이 도를 넘어 거북살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급기야는 한글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최근 시의 영어표기 버스디자인을 한글로 바꿔줄 것을 건의한 데 이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뜻도 모를 영어단어들로 도색된 버스들이 도로를 메우고 영문 포스터들이 도시의 벽을 점령하면 결국 한글의 정체성을 망가뜨린다는 게 이들의 '고전적'인 주장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무슨 생각으로 영어를 한글처럼 사용하게 됐을까. 답변은 무척 의외였다. "영어로만 보지 마세요. R, B, Y, G로 나타낸 버스 명칭은 한글과 반대되는 개념의 영어표기가 아니며 가장 눈에 잘 띄고 쉽게 시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기호일 뿐이에요." 강승규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한글문화연대의 주장처럼 한글의 우수함을 깎아 내리려는 영어 집착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또 "단지 기호가 영어라는 이유만으로 다 만들어진 버스 디자인을 전면 교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한글만 쓰자'고 나서는 건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 방식에서 또 틀렸다. 영어 공용화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영어가 아니라 기호'라고 주장하고 나선 서울시를 시민들은 어떤 눈으로 볼까. 서울시와 시민간의 시각차는 너무 커 보였다.

양홍주 사회2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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