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시대상과 의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동·서양 금서(禁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6월4∼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04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제6공화국까지 불온서적으로 분류됐던 350여종과 중국, 일본, 구 소련, 독일, 미국 등에서 한때 금서였던 50여종이 선보이는 '세계금서특별전-금서로 사회와 역사를 읽는다'가 열린다. 국내외 금서를 모아 개최하는 전시는 처음이다.조선시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의 금서로는 주자의 '소학', 김시습의 '금오신화', 이태준의 '쏘련기행', 현채의 '월남망국사', 신채호의 '을지문덕전' 등이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 아동들의 필수교과목 '소학'은 기묘사화 후에 이 책을 권장했던 사림파가 몰락하면서 한때 사대부 집안에서 기피하는 책이 됐다. 소설가 이태준이 월북직후인 1946년 8월 소련을 방문한 후 쓴 '쏘련기행'과 현채가 1906년 번역한 '월남망국사'는 당시 치안상의 이유로 금서로 지정됐다. 두 책은 현재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군사정권시절 대표적 금서였던 박형규의 '해방의 길목에서',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김지하의 '오적' 등도 전시돼 당시 암울했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외 서적으로는 1887년 발간되자마자 발매금지 처분된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비롯해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다윈의 '종의 기원' 등이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으로 세계로 미래로'라는 주제로 국내 159개사, 해외 17개국 57개사가 참여한다. 전시장도 기존 태평양관에 인도양관을 추가했으며, 아동관과 단행본관은 분리됐다. 전자책 산업전, 제1회 서울세계북아트전, 인쇄전, 잡지전 등도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6시이며 무료.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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