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 피운 남편에 대해 이혼소송과 함께 간통죄로 고소한 뒤 뒤늦게 이혼소송을 취하해 남편은 형사처벌만 받고 이혼은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형사소송법(229조)은 간통죄의 경우 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에만 배우자를 고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간통죄 고소는 곧 이혼'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은 아내가 이혼으로 또다시 입게 될 경제적 고통 등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남편 A씨는 1974년 아내 B씨와 결혼한 후 거듭된 불륜 등으로 가정불화를 일으키다 93년부터는 유부녀 C씨와 애정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B씨는 결국 2002년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하고 남편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A씨도 B씨를 상대로 이혼 맞소송을 냈다.
간통죄에 대한 재판에서 A씨는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C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남편보다도 C씨의 처벌을 원했던 B씨는 고소를 취하하려 했지만 1심 선고 이후에는 고소를 취하할 수 없는 형사소송법(232조)에 따라 A씨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6월이 선고됐다.
6개월을 채우고 출감한 A씨는 B씨와의 이혼을 원했으나 B씨는 A씨가 일부 재산을 C씨 명의로 빼돌린 상태에서 이혼 후 아이들과 살아갈 방법이 막막하자 이혼소송을 취하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이강원 부장판사)는 25일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이 이혼을 원해도 아내가 오기나 보복이 아닌 진심으로 이혼을 원치 않을 경우 아내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B씨가 소송을 취하한 만큼 혼인파탄 책임이 있는 A씨의 맞소송도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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