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납품가격 갈등이 재발하면서 그 틈에 낀 중소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가 최근 할인점 까르푸 매장에서 전 제품을 철수한 것을 계기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납품가격 샅바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까르푸에 납품가 인상 문제를 의논했지만 까르푸가 받아 들이지 않아 납품을 전면 중단했다"며 "가격 인상요인이 많은데도 이 점을 감안하지 않는 유통업체의 횡포는 중단돼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까르푸 관계자는 "저가 공급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추구하는 할인점의 특성상 납품가격을 일시에 높여 줄 수는 없다"며 "납품 중단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된다"며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이마트에 대해 고화질TV 등 전자제품의 납품가격을 4∼6% 올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마트측의 거부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풀무원도 두부의 원가인상 요인을 명분으로 까르푸측에 납품값 인상을 요청했지만, 까르푸에서 불응하자 두부, 콩나물제품 34종류를 매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형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간 '고래 싸움'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중소 제조업체들. 대형 제조사들처럼 인지도가 높지도 않고, 적절한 유통망도 갖추지 못한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형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겨우 진입한 할인점 입점이 무산되거나, 납품가가 인하되지 않을까 잔뜩 우려하고 있다.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극심한 불황으로 유통업체들의 납품가 인하압력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대형 제조업체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할인점들은 중소업체의 납품가만 내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중소 제과업체 관계자도 "매장 리모델링·각종 이벤트 비용, 물류비, 고객 클레임에 대한 변상 비용 등을 떠넘기는 유통업체의 횡포에 대해 대형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대형 제조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부담 증가를 만회하기 위해 중소 업체들에게 더 낮은 납품가를 요구할 수 있다"며 중소업체가 떠안을 고통을 걱정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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